대학원서비 마련하려고 강도짓… 고교 양궁 유망주 검거
입력 2013-09-08 14:49
국가대표를 꿈꾸는 10대 체육유망주가 대학원서 접수비를 마련키 위해 강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 청주흥덕경찰서는 슈퍼마켓에서 주인을 흉기로 위협해 돈을 빼앗은 혐의로 김모(17)군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 5일 오전 5시40분쯤 청주시 흥덕구의 한 슈퍼마켓에 복면을 쓰고 침입, 혼자 있던 주인 A씨(63·여)를 흉기로 위협해 현금 5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김군은 대학원서 접수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키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군은 지난 5일 서울의 한 체육대학에 찾아가 원서를 접수할 계획이었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양궁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군은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전국 고교생 선수 랭킹 10위 안에 포함되는 등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군의 수중에는 충북 영동에 있는 부모님이 원서접수를 하라며 통장에 붙여준 12만원이 전부였다. 원서 접수비 9만원, 왕복 버스·지하철 요금 등을 포함하면 원서를 접수하기에는 빠듯한 돈이었다.
결국 김군은 대학 원서를 접수하러 가기에 앞서 흥덕구의 한 슈퍼마켓에 들러 범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김군은 범행으로 마련한 돈에 부모님이 보내준 돈을 보태 이날 오전 원서를 접수했다. 집에 돌아온 뒤 주머니에 남은 돈은 단돈 1만원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김군은 “어려운 가정형편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부모님께 돈을 더 달라고 말할 염치가 없었다”면서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을 후회하고 있다.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의 아버지는 공장에서 일하고 어머니는 남의 밭에서 농사일을 하는 등 가정형편이 매우 어려웠다”면서 “자취방의 월세도 한 달째 밀려있는 등 어렵게 생활하며 국가대표의 꿈을 키워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나쁜 짓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대학진학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찡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