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승리파’ 아이티에 4대1 완승…이청용 질풍 드리블·손흥민 2골
입력 2013-09-06 23:02 수정 2013-09-07 00:39
상대의 두터운 수비벽을 부순 대포알 같은 슈팅과 골키퍼까지 제친 개인기. 손흥민(레버쿠젠)은 과연 훌륭한 골잡이였다. 두 골이나 뽑아냈다. 그리고 이청용(볼튼)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페널티킥을 두 개나 얻어냈다. 유럽파의 맹활약에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웃었다.
6일 인천전용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아이티의 친선경기. 한국은 멀티 골을 뽑아낸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4대 1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홍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5경기 만에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4경기 1득점(2실점)이라는 골 가뭄도 해소했다.
홍 감독은 국내파와 해외파를 적절히 섞어 공격진 선발로 내보냈다. 최전방엔 선덜랜드의 지동원이 출격했다. 왼쪽 측면에는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엔 고요한(FC서울)이 선발로 나섰다. 처진 스트라이커로는 이근호(상주)가 낙점됐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하대성(서울)과 이명주(포항)가 짝을 이뤘다. 골문은 김승규(울산)가 지켰다. 국내파와 해외파는 함께 훈련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라운드에서 손발이 척척 맞았다.
골에 굶주렸던 ‘홍명보의 아이들’은 전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골 사냥에 나섰다. 그러나 아이티 수비는 쉽게 뚫리지 않았다. 체격이 좋은 아이티 선수들은 거친 몸싸움과 태클로 한국의 공격 흐름을 끊었다.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했던 순간, 해결사로 나선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전반 20분 자기가 좋아하는 페널티지역 왼쪽 밖에서 상대 수비수를 벗겨낸 뒤 강한 오른발 슈팅을 날려 아이티 골문 왼쪽 아래쪽을 뚫었다.
전반 44분 “악” 하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는 장면이 나왔다. 한국의 수비가 순간적으로 뚫려 동점골을 허용한 것. 아이티 미드필더 이브 데마레가 페널티지역 밖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 자리 잡고 있던 케르벵 벨포르가 헤딩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후반 홍 감독은 지동원을 빼고 구자철을 투입했다. 또 고요한 대신 이청용을 내보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홍 감독의 승부수는 곧바로 들어맞았다. 후반 2분 이청용은 아이티 페널티지역에서 돌파를 시도하다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구자철은 침착하게 오른쪽 구석으로 공을 차 넣었다. 한국은 2-1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한국은 후반 8분 경고를 받은 뒤 거칠게 항의해 또 경고를 받은 데마레가 퇴장당해 수적 우위를 점했다. 경기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후반 12분 또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추가했다. 이번에도 이청용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청용은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돌파하다 상대 선수에게 발을 걸려 쓰러졌다. 이근호는 키커로 나서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은 후반 27분 아이티 페널티지역에서 이근호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아 골키퍼까지 제치고 대표팀의 네 번째 골을 넣었다. 자신의 A매치 네 번째 골이기도 했다. 아이티는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뚫리는 수비를 정비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