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전광판] 선수 고향까지 알려주고 팬 응원 끌어내는 치어리더 역할도
입력 2013-09-07 03:59
메이저리그의 전광판들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예술품이다. 디자인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정보도 알차다.
전광판은 타자의 출루율, 장타율, 득점권 타율, 최근 경기 기록, 특이사항 그리고 고향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팬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놀라운 사실은 전광판을 통한 선수 소개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타자가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면 만루 상황에서 기록한 타율과 현재 홈런 수 등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자체 방송국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감 넘치는 영상이 전광판에 넘쳐난다. 전광판은 오심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슬로비디오도 보여 준다. 메이저리그 야구장의 특징은 야구장 밖에서도 경기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장에서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는 미국 팬들은 매점에서도 TV를 통해 경기를 볼 수 있다. TV는 매점뿐만 아니라 경기장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메이저리그 야구장엔 주전광판 외에도 여러 곳에 ‘띠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메이저리그엔 치어리더가 없는 구단이 많다. 이 때문에 구단들은 주전광판과 띠 전광판 그리고 음향을 이용해 팬들의 함성과 박수를 유도한다. 예를 들면 9회말 아웃 카운트가 하나 남으면 전광판에 ‘GET ON YOUR FEET(일어나세요)’라는 자막이 뜨는 식이다. 그러면 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응원한다. 가만히 앉아서 경기를 보다가 전광판에 응원 문구가 나오면 박수를 치거나 함성 한번 외쳐 주는 미국의 야구팬이 한국의 열정적인 응원 문화를 접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전광판은 광고판의 역할도 한다. 메이저리그 전광판은 다양한 광고에 에워싸여 있는 경우가 많다.
류현진(26)의 소속팀 LA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엔 외야에 두 개의 전광판이 있다. 오른쪽엔 오래된 주황색 단색 전광판이 있고, 왼쪽엔 화려한 고화질 전광판이 있다. 고화질 전광판은 선수 소개와 관중석을 비추는 동영상 전광판으로 활용되고 있다. 100년 가까이 된 시카고 컵스의 리글리필드나 보스턴 레드삭스의 펜웨이파크는 전통을 고수해 여전히 손으로 점수를 표시하는 곳도 있다. 물론 그 옆엔 최신의 전광판을 별도로 갖추고 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