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경력 初選 1년 소회] 눈높이 의정… 주특기 살린다

입력 2013-09-07 04:01


19대 국회에는 특별한 경력으로 입성한 초선 의원들이 꽤 많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국회에 들어온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 4명을 만나 지난 1년여를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봤다.

탁구 여왕과 국민 시인=‘사라예보의 탁구여왕’인 새누리당 이에리사(59) 의원은 요즘 체육계의 ‘개혁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지난 2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간발의 차이로 석패했지만 비주류의 새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이 의원이 창설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스포츠공정위원회’가 새 정부의 체육계 개혁 의지와 맞물리면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 말 국무회의에서 1∼2년 새 불거진 체육단체의 비리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6일 “프로에서 발각된 승부조작이 아마추어 종목에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체육계 비리가 심각하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적당한 개혁은 안 된다”며 “이왕 개혁을 시작한 것이라면 아픔을 견디고 함께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11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이 된 이후 이 의원은 13개 법안을 발의했다. 이 중 대부분은 체육인 복지와 유공자 예우 등 체육계 숙원사업이 담긴 법안들이다. 이 의원은 1970년대에는 김연아·손연재 선수만큼이나 유명했다. 요즘도 택시를 타면 “태릉선수촌장할 때 잘하셨어요” “결혼은 안 하시냐”는 식으로 사람들이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이 의원은 “국민들의 눈이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삶에 책임감을 가지고 의정활동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 시인’으로 알려진 민주당 도종환(59) 의원은 ‘문화인 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도 의원은 “최고은이라는 젊고 똑똑한 시나리오 작가가 생활고로 죽은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며 “잘 나가는 1%의 예술인을 보고 어려운 99%의 예술인을 잊어버리고 있다. 저도 1%에 해당하는 사람인데 나만 잘 먹고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 의원은 지난해 통과된 ‘예술인복지법’의 취지에 따라 문화인을 위한 복지기금을 확충하고, 예술인복지재단을 설립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도 의원이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국립근대문학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도 의원은 “일본 근대문학관이 60년대, 중국 근대문학관이 80년대에 만들어졌다”며 “한국도 이광수, 최남선부터 시작해 한용운, 김수영, 박경리, 박완서에 이르기까지 자랑할 문학가가 많다.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 의원은 지난해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교과서에서 자신의 시 퇴출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겪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자신의 시처럼 ‘흔들리는 시기’를 보냈다. 논란 끝에 다행히 그의 시는 교과서에 그대로 남게 됐다.

글을 쓰며 살던 도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1년여를 거치며 말의 ‘속도’에 대해 절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 쓰는 사람은 정치인보단 말에 대한 순발력이 떨어진다”면서도 ”문인으로서 사유의 품격, 언어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의정 활동하자는 생각을 늘 잊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보통과 노동 전문가=새누리당 윤재옥(52) 의원은 7∼8월 정치권 핫이슈였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국회 정보위원으로서 정상회담 발췌록을 열람했고, 국정조사에 참여했다. 특히 경찰청 정보국장과 경기경찰청장을 지낸 노하우를 활용해 국정조사에서 탄탄한 정보력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윤 의원은 “전문성이 있는 분야이니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국정조사에 임했다”며 “사전회의 등 국정조사 관련 회의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고, 각종 자료를 한 달 이상 정독·숙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에는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으로부터 “성실한 의정활동을 펼쳤다”며 헌정대상을 받기도 했다. 집시법 개정안, 도로교통법 개정안, 경범죄처벌법 개정안 등 경찰 관련 법안을 다수 발의했고 각종 민생법안 처리에 주력하고 있다. 윤 의원은 “경찰 시절에는 주어진 책임만 다하면 됐는데 국회에 들어와 보니 일의 범위와 영역이 정해지지 않은 게 많다”며 “공부하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노동 전문가로 국회에 입성한 민주당 은수미(50)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온갖 서러움을 받고 있는 ‘을(乙)지키기’에 전념하며 남양유업, LG유플러스 등의 사업장 곳곳을 방문했다. 최근엔 ‘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저서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국회 입성 직후인 지난해에는 쌍용차 사태 해결을 공론화하기도 했다.

은 의원은 트위터로도 활발하게 발언하는 정치인이다. 의정 활동을 통해 얻은 단상, 정치인으로서의 포부, 현안에 대한 주장을 빼곡하게 적어 놓았다. 은 의원은 “기본은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 스스로는 50점밖에 주지 못하겠다”며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고 더 많은 민주주의를 이뤄내야 하는데 그 역할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엄기영 임성수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