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탈출→ 끝내 탈레반에 희생

입력 2013-09-06 18:16

탈레반의 폭압을 피한 탈출 회고록으로 유명해진 인도 여성 작가가 결국 탈레반 추정 세력에 살해됐다.

CNN은 수시미타 바네르지(49)가 5일(현지시간) 아프간 동부 팍티카주 자택 부근 도로에서 무장대원들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장대원들이 4일 밤 바네르지의 집으로 침입해 남편 잔바즈 칸을 결박한 뒤 바네르지를 끌고나갔다”고 말했다. 이후 발견된 바네르지의 몸에서는 20여 군데의 총상이 나 있었다. 바네르지를 살해한 무장대원들은 탈레반으로 추정된다고 CNN은 전했다.

힌두교 신자인 바네르지는 고향인 인도 동부 콜카타에서 사업을 하던 칸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88년 결혼 후 1년 뒤 무슬림인 남편과 함께 아프간으로 떠났다. 하지만 아프간의 삶은 가혹했다. 96년 집권에 성공한 텔레반은 모든 여성에게 부르카 착용을 강요하고 일체의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게 했다. 의료 교육을 받은 바네르지는 진료소를 내고 여성들을 보살폈지만 탈레반의 방해에 시달렸다. 그는 98년 인도의 한 잡지에 게재한 회고록에서 “그들(탈레반)은 진료소를 폐쇄하고 나에게 부도덕한 여자라는 낙인을 찍었다”면서 “아프간에서 여성은 물건을 사러 밖에 나갈 수도 없고 모든 여성은 왼팔에 남편의 이름을 새겨야 했다”고 밝혔다. 바네르지는 수차례 아프간을 탈출하려다가 실패한 끝에 95년 인도 고향을 찾을 수 있었다.

바네르지의 삶은 2003년 인도에서 ‘탈레반으로부터의 탈출’이란 제목의 영화로 제작됐다.

맹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