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시리아 공격’ 부결 가능성… 백악관 비상
입력 2013-09-06 18:14 수정 2013-09-07 00:3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에 대한 군사공격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한 지 1주일이 돼 가지만 의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대로라면 하원에서 큰 표 차이로 결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5일 밤(현지시간) 현재 시리아 군사제재 결의안에 대한 미 하원의 지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찬성이나 찬성 가능성’ 44명, ‘반대거나 반대 가능성’ 217명, 미결정 152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당초 찬성 의사를 밝혔던 마이클 그림(공화·뉴욕) 하원의원은 이날 반대로 돌아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타격을 줬다. 그는 “지난달 말 시리아 군사공격 지지를 밝혔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늦었다”고 말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분류된 조 맨신(민주·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며칠 동안 선거구민 수천명의 걱정을 들었다”면서 “군사 행동에 앞서서 외교적 노력을 더 경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433명의 하원 의원 중 공화당 소속 지지자를 감안할 때 민주당 의원 중 약 200명이 지지해야 하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현재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찬성표는 115~120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사개입에 반대하는 다수 선거구민들의 의사를 확인한 의원들이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갈수록 반대쪽으로 기우는 경향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주 초로 예정된 캘리포니아주 출장을 취소한 것도 상황의 심각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의 캘리포니아 방문이 취소됐다. 그는 워싱턴DC에 남아 의회 시리아 결의안 통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하면 다음주 초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 미국 최대 단일 노조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 회의에서 연설하고 선거자금 기부자들과도 만날 예정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기간에도 미국 의회 주요 인사들에게 전화해 화학무기 참사를 일으킨 아사드 정권에 대한 군사개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게다가 시리아 반군이 시리아 정부군 병사를 정당한 절차 없이 총살하는 잔혹한 장면을 담은 비디오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처형을 마친 반군 병사들은 장례의식조차 없이 정부군 병사들을 웅덩이에 처넣는가 하면 심지어 처형된 병사들 앞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도 등장한다. 반군의 잔혹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번 비디오로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밀어붙이고 있는 미국의 개입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시리아 인접 국가인 레바논에서 필수 인력을 뺀 외교관들을 철수토록 지시했다. 레바논을 개인적으로 방문하거나 거주 중인 미국인도 출국토록 했다. 레바논은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