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오바마-푸틴 ‘시리아 사태’ 전격회동…의견차 못좁혀

입력 2013-09-06 17:50 수정 2013-09-07 02:16

시리아 사태 해결 방법을 놓고 갈등해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정에 없던 긴급 회동을 갖고 시리아 문제를 논의했다고 AFP통신과 AP통신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국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전격 성사된 이번 만남에서도 두 정상은 의견차를 좁히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건설적이고 의미심장하고 진심어린 대화였다”며 “우리는 서로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경청하고 분석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이 추진하는 시리아 군사 공격 방안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두 정상은 이날 따로 만나 앉은 채로 20~30분간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회담 후에도 양국간 이견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외교 채널을 통해 시리아 문제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G20 회의장인 콘스탄티노프 궁전 앞에서 처음 맞닥뜨린 오바마와 푸틴은 피차 껄끄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악수하면서도 굳은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팽팽하게 긴장된 양국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회담기간 동안 미국과 러시아의 냉랭한 관계는 러시아와 중국의 밀월 관계와 대조됐다. 푸틴 대통령은 G20 회의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맨 먼저 양자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지난 3월 시 주석 취임 이래 세 번이나 만났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에너지와 군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끌어온 러시아산 가스의 중국 수출 문제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 오는 2018년부터 러시아가 매년 380억㎥를 중국에 공급하는 조건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의 대표는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스 수출 기본 조건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6일 웹사이트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시리아 사태에 대해 외부 개입 없는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는 데 양국이 견해를 같이했다”고 밝혔다.

6일 G20 정상회의가 막을 내리면서 채택된 공동선언문에는 시리아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다만 백악관이 배포한 성명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11개국은 “증거들은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가리킨다”며 “우리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국제적 대응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창욱 기자,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