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朴대통령의 숙소 방문에 메르켈 현관까지 나와 반겨

입력 2013-09-06 17:49 수정 2013-09-06 22:17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6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3년 지기’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났다. 30여분 동안 진행된 ‘짧은 만남’이었지만 두 정상은 양국 현안에서부터 역사 청산 문제, 대북정책까지 폭넓은 문제를 두루 나누며 친분을 과시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의 정상회담에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의 관심도 모아졌다.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양국 수교 130주년과 광부 파독 50주년을 맞아 양국 간 긴밀한 협력기반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중소기업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협의했고 창조경제에 대한 대외 기반을 확대하자는 방향에 의견을 모았다.

특히 두 정상이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에 공감대를 이뤄 주목을 받았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일 독일 총리로서는 처음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나치 수용소인 다하우 추모관을 방문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방법으로 나치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를 표시해 세계적인 주목을 끈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런 메르켈 총리 앞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인식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로 찾아가 “이번에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의장국에서 메르켈 총리님하고 친하다는 걸 알고 가까이 배정을 해 주셔서 이웃집 놀러 오듯 와서 참 좋다”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메르켈 총리님께서 먼저 (대통령 당선) 축하 전화도 주셨고, 제일 먼저 초청도 해 주셨다”면서 “사실은 올해 (독일을) 방문하려고 했는데 일정이 안 맞아 아쉬웠다. 이렇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뵙게 돼 감회가 깊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숙소 현관까지 나와 박 대통령을 맞았다.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최초의 여성 지도자’라는 타이틀 외에 닮은 점이 많다. 박 대통령은 서강대 전자공학과, 메르켈 총리는 라이프치히대 물리학과를 나온 이공계 출신이다. 또 보수정당의 대표를 지낸 점이나 야당 당수로 위기에 놓인 당을 구해낸 점 등도 두 정상의 공통점으로 꼽힌다.

두 정상은 닮은꼴 이력을 바탕으로 각별한 친분을 쌓아 왔다. 이번 만남이 벌써 네 번째다. 첫 인연은 2000년 10월이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부총재였던 박 대통령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재외공관 감사를 위해 독일을 찾았다가 독일 야당인 기민당 당수였던 메르켈 총리와 1시간 동안 회담을 가졌다. 2006년 9월 독일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 재회했고, 4년이 지나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에도 만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신창호 기자,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