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출생월에 대한 천기누설

입력 2013-09-06 17:34


지난 7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는 흥미로운 논문 한 편이 게재됐다. 프린스턴대 경제학자들이 발표한 것인데 주제가 ‘1년 중 임신하기에 가장 좋은 달은 언제인가’였다. 논문은 미숙아 출산율과 출생체중을 근거로 6∼8월이 임신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며, 가장 좋지 않은 시기는 5월이라고 주장했다. 6∼8월에 임신한 여성들은 평균보다 8g 무거운 아기를 출산했으며, 5월에 임신한 여성들은 미숙아를 출산할 확률이 13%나 높았다는 것.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이에 대한 과학적 이유도 찾아냈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5월에 임신한 여성들이 아이를 출산하는 1∼2월경이라는 시기가 대부분의 인플루엔자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는 때와 겹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아마도 인플루엔자가 임산부들의 조산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출생시기와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파헤친 이전의 연구결과들은 좀 다른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은 여름 출생자들이 겨울 출생자에 비해 근시에 걸릴 확률이 24% 이상 높다고 발표했다. 여름에 태어날 경우 보다 많은 태양광에 노출되어 멜라토닌이 적어짐으로써 근시를 형성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스웨덴 우메아대 연구팀은 여름에 출생한 아기들이 겨울에 태어난 아기보다 복강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밖에도 자살률, 우울증, 폐경 시기, 학업성취도 등 출생월과 관련된 연구결과들은 무수히 많다. 또한 거기서 결론짓는 가장 좋은 출생월도 모두 다르다. 서구 과학자들이 이처럼 가장 좋은 출생월을 찾기 위한 연구를 활발히 하는 이유는 점성술에서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점성술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별자리는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의 시각적 환영일 뿐이다. 별자리는 지구에서 바라보는 빛의 밝기에 따른 연결이지 그 별들의 실제 밝기와 거리와는 상관이 없다. 또 별자리는 시간적으로도 영원하지 않다. 별들도 움직이기 때문이다. 요즘 북두칠성은 국자 모양이지만 100만년 전에는 뾰족한 창 같은 모양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1∼2월 출생아들의 조산율이 높은 과학적 근거로 제시한 인플루엔자도 사실은 점성술과 관련이 깊다. 인플루엔자는 별의 ‘영향’을 뜻하는 ‘influence’에서 온 말이기 때문이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