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영성] 금식 예찬

입력 2013-09-06 18:57

금식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거룩한 삶을 사는 일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 기원은 대속죄일에 스스로 괴롭게 하는 규례가 금식과 합해지면서 시작되었다(레 16:29∼31, 사 59:3∼5). 그 외에도 구약에서는 크게 네 가지 이유로 금식이 행해졌다. 죽은 자를 슬퍼하며 애도하는 금식, 하나님의 진노를 피하는 회개의 금식, 기도를 보조하는 금식, 그리고 하나님을 만나기 위한 준비로 하는 금식이다.

금식이 주는 유익함

구약의 여러 위인들은 금식이 가져오는 유익들을 누렸다. 모세, 사무엘, 다윗, 여호사밧, 다니엘, 에스더, 에스라, 느헤미야 등. 그들은 자기만이 아니라 민족 전체가 금식하도록 자극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위기를 맞을 때마다 하나님의 긍휼을 얻기 위해 금식기도를 했다. 선지자 요엘은 “거룩한 금식일을 정하고 성회를 소집하라”(욜 2:15)고 명령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금식하며 회개할 때 외적의 침략과 자연재해를 거두시고, 이에 더하여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 주신다”고까지 약속하셨다. 금식은 천상의 문을 열게 만든다. 세월이 흐르면서 단회적인 금식들은 정기적으로 차츰 늘어나 바벨론 포로 시대에는 네 번의 금식일을 지켰다(슥 8:19).

신약 시대에 이르면 금식은 연례행사에 머물지 않고 일상이 되었다. 열심 있는 유대인들은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였다(눅 18:2). 예수님은 따로 금식일과 규정을 만들지 않았다. 이미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식 관습 속에 있는 문제는 고치기를 원하셨다. 제자들이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위선적인 금식을 행하는 것을 경계하시며 하나님만 알도록 은밀히 금식하라고 명령하셨다(마 6:16∼18). 그런데 제자들은 금식하지 않았다. 이를 본 세례 요한의 제자들이 의문을 제기했을 때 예수님은 “혼인집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을 동안에 슬퍼할 수 있느냐 그러나 신랑을 빼앗길 날이 이르리니 그때에는 금식할 것이니라”(마 9:15)고 대답하셨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이후 천상의 신랑을 빼앗긴 교회는 금식을 시작했다. 안디옥교회는 금식할 때에 성령의 음성을 듣는다. “주를 섬겨 금식할 때에 성령이 이르시되 내가 불러 시키는 일을 위하여 바나바와 사울을 따로 세우라 하시니 이에 금식하며 기도하고”(행 13:2∼3) 파송했다. 바울이 개척한 교회들도 모교회처럼 일꾼을 세울 때 금식했다. “각 교회에서 장로들을 택하여 금식 기도하며 그들이 믿는 주께 그들을 위탁하고.”(행 14:23) 교회에서 목회자를 뽑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그때 할 일은 금식이다. 귀한 일은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스라엘이 금식일을 정했듯이 초대교회도 그러했다. 1세기 말에 시리아에서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디다케)에서 세례 받는 자는 하루나 이틀간 금식하라고 명령한다. 세례를 주는 목회자도 금식하고, 성도들도 자원하여 동참하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위선적인 유대인들이 매 월요일과 목요일에 금식을 하니, 우리는 수요일과 금요일에 금식하여야 한다고 명령한다. 이를 알았던 존 웨슬리는 감리교 목회자들에게 매주 이틀 금식을 명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자는 안수를 주지 않았다. 스페인의 엘비라 공회의(306년)에서는 이틀이 아니라 하루, 즉 토요일마다 엄격히 금식을 지키라고 권고했다.

금식과 관련한 또 하나의 중요한 제도는 사순절 금식이다. 2세기 교회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성 금요일에 24시간 금식을 행하였고, 이 제도가 발전하여 40일을 지키는 사순시기에 주일을 뺀 모든 날을 금식하라고 가르쳤다. 사순절이 처음 공인된 것은 주후 325년 니케아 회의에서였다. 이 기간 동안의 식사는 저녁 전에 한 끼 식사만이 허용됐으며 육류는 물론 우유와 달걀로 만든 음식까지도 금지됐다. 세례받기를 원하는 예비신자들은 40일간 금식을 행하면서 교육받고 준비를 했다. 초대교회가 행한 가장 기본적인 훈련은 금식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영혼의 화장, 금식

왜 이토록 금식을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4세기의 문헌, 위-아타나시우스의 ‘동정에 대하여’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금식이 무엇을 하는가를 보라! 그것은 질병을 치료하고, 육체적인 욕망을 그치게 하며, 귀신들을 쫓아내며, 악한 생각들을 몰아내고, 지성을 맑게 하고, 마음을 순결케 하며, 몸을 거룩하게 하며, 하나님의 보좌 앞에 세운다… 왜냐하면 금식은 천사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금식은 천사 같은 사람이 되게 만든다.” 저자는 계속 연이어 여성 독자들에게 금식은 천상의 신랑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영혼의 화장, 즉 순결한 마음과 몸을 빚는 금식을 좋아하시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너는 금식할 때에”(마 6:17)라고 말씀하셨다. “만약 네가 금식을 한다면”이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할 때를 염두에 두시고 말씀하셨다. 나는 금식할 때가 있었던가? 지금이 아니면 어느 때에 하려는가?

김진하 교수<백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