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김영숙] 쿨한 부모

입력 2013-09-06 17:08

부모 노릇도 공부해야 되는 시대다. 아마 인생에서 제일 힘든 게 부모 노릇이 아닌가 싶다. 아이를 일관성 있게 훈육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 큰딸은 애기 때부터 잠귀가 밝아 잠을 잘 못 드는 아이였다. 밤중에도 안 자고 울어 댔고 낮잠도 잘 안 잤다. 어떤 날은 ‘네가 언제까지 안 자고 우는지 보자. 끝까지 모른 척하면 울다 지쳐 잠들겠지’라고 모른 척했다. 그러나 한 시간이 더 지나도 그치지 않고 목이 쉴 정도로 울어서 결국 내가 포기했다. 딸은 워낙 잠이 적은 아이였다. 그래서 작전을 바꾸었다. 밤이나 낮이나 아이가 안 자면 졸음이 쏟아져도 그냥 데리고 놀았다. 무엇을 못하게 하기보다 다른 대안을 준 셈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아이들의 심리도 파악해야 하고 자신감과 긍정적인 자아개발도 도와야 하며 쏟아지는 정보의 옥석도 가려야 한다. 피해 갈 수 없는 사교육에도 매달려야 한다. 인격도 존중하고 적절한 의사소통도 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매년 여름 방학이면 손자를 돌보는 일을 한다. 일하는 딸이 아이들을 벗어나 좀 쉬게 해 주기 위해서다. 친정 엄마가 안 계신 내가 안간힘을 쓰며 아이들을 키웠기 때문이다. 손자들에겐 눈감아주는 것이 참 많은 너그러운 할머니다. 내 아이들 키울 때도 이랬다면 쿨한 부모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공부는 좀 덜 했더라도 아이들의 인생은 훨씬 행복했을 것 같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하나님께서 자녀인 나를 오래 참으시고 사랑하신다는 것도 깊이 깨닫게 된다.

사위가 제 아이들과 땀을 뻘뻘 흘리며 재미있게 노는 것(놀아주는 것이 아닌)을 보고 내 남편은 “난 왜 저렇게 못했지?”라고 말했다. 적당한 훈육도 중요하지만 잘 놀아주는 아빠, 사랑하는 걸 진심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부모가 좋은 부모가 아닐까? 우리가 자라던 때와는 달라도 한참 달라진 문화에 적응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김영숙 원장(가정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