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소재·교회현실 풍자 ‘CCM의 장기하’… 밴드 NCM 2집 발매
입력 2013-09-06 18:35
밴드 NCM(New Christian Music)이 이번에는 이단옆차기를 한다. NCM이 최근 발매한 2집에는 신천지를 비판하는 ‘이단옆차기’, 교회 내 연애를 주제로 ‘떠나지 마’, 신앙과 삶 일치를 강조한 ‘지옥 간다’ 등 크리스천의 일상과 시사를 다룬 다양한 노래 10곡이 수록됐다. 이 밴드는 2011년 ‘너랑 주보에 낙서하고 싶어라’ ‘졸음 마귀’라는 1집 노래로 ‘CCM계 장기하’라는 별칭을 얻었다.
NCM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로데오극장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저희 교회 목사님이 기도할 때 ‘예배 중 졸음 마귀를 물리쳐 달라’고 늘 기도하셨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설교만 하면 졸음이 오고 설교가 끝나면 졸음이 싹 달아나고(웃음). 그걸 노래로 만든 게 1집 수록곡 ‘졸음 마귀’예요.” 팬들은 노래 설명에 ‘하하’ 웃기도 하고, 노래를 할 때는 ‘안돼, 안돼’ 후렴구를 따라하면서 신나했다.
NCM은 3인조 록 밴드다. 리더 진성윤은 기타와 보컬, 송현기는 드럼과 비브라폰, 전신일은 베이스와 보컬을 맡고 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교회에서 성장했고 찬양 사역을 한다는 것. 당연히 술, 담배는 안 한다. 또 국내 인디밴드들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상수동 홍대 클럽 쪽에서는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실력파 세 사람이 새로운 하나님 노래를 만들어보자며 만든 밴드가 NCM이다.
지난달 29일 리더 진성윤이 작업실 겸 실용음악학교 공간으로 사용하는 경기도 성남시 구미동 사무실에서 NCM을 만났다.
-교회의 일상, 연인의 이별, 이단…. 소재가 다양한데 어떻게 노래를 만드는지.
“1주일에 한두 차례 셋이 같이 밥 먹고 쓸데없는 이야기 하고 그러다 보면 노래가 나옵니다. 같이 가사 쓰고 곡 만들고. 2집 노래 대부분은 이렇게 만들어졌어요. 예를 들어 교회에서 찬양 사역자로 봉사하다 보면 찬양집이나 통기타 등이 종종 없어져요. 얼마나 짜증나요. 제발 좋은 말 할 때 돌려달라는 게 ‘좋게 말 할 때 갖다 놔라’죠.”
-1년8개월 만에 2집을 냈는데, 1집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1집 낼 때 저희가 특별한 콘셉트를 잡은 게 아니에요. 그런데 좋아하시는 분들 보면서 ‘작은 주제로 노래해도 되는구나’ 그런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2집 ‘식사기도’의 주제는 간단하거든요. 식사기도 짧게 하고 밥 얼른 먹자는 거예요. ‘지옥 간다’는 목사님 장로님 권사님도 마음에 예수님이 없으면 지옥 간다는 거예요.”
-노래에 대한 특이한 반응은 없는지.
“많죠(다 같이 웃음). 제일 곤혹스러운 게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묻는 거예요. 저희가 무슨 결론을 내리려고 하는 게 아닌데 드럼 못 치게 하면 어떻게 할 거냐, 주보에 낙서해서 어떡하자는 거야, 심지어 졸음 마귀란 노래는 신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제목이라고도 하시고요. 저희도 알죠.”
-그럼 뭐라고 답하나요.
“그냥 노래로 들어달라고 하죠. 교회에서 이별하잖아요. 그럼 전도사님은 기도하라거나 신앙으로 이겨라, 슬퍼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요. 당사자는 울고 싶은데. 그런 마음을 이해하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크리스천의 일상에 공감하는 거죠.”
-주로 교회에서 공연을 하나요.
“솔직히 저희 노래가 예배 중에 많이 불리는 건 어렵잖아요. 그래서 교회에서 많이 불러주지 않아요. 그래도 막상 가면 중·고등부 학생들이 웃기다고 좋아해요. 신학생들은 교회 현실 풍자에 배꼽 잡으며 좋아해요. 특히 대학 채플 시간에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러니 불러주세요!(웃음)”
-CCM계 장기하라 불리는 것에 대한 느낌은.
“장기하가 기존 음악과 다른 음악을 했고 또 대중에게 사랑받잖아요. 저희 밴드를 그렇게 색다르게 봐주시고, 또 호감 갖고 보는 것 같아 좋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스타일을 추구해요.”
NCM은 2집 발매 기념으로 8일 오후 1∼2시 성남시 구미동 지구촌교회, 15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대한교회 앞에서 거리 공연을 갖는다. NCM은 지난해 3월부터 매월 두 차례 홍대 앞 클럽 ‘타’에서 공연을 열고 있다. 지금까지 30여개 CCM 밴드 등이 참여했다. ‘신선한 중독’의 머릿글자를 따 ‘신중한 콘서트’라 부른다. 알 만한 젊은 크리스천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나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