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구속 수감] ‘RO 실체·北과 연계·내란음모’ 3대 물증 확보 관건
입력 2013-09-05 22:23
법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첫 고비를 넘겼다. 공안 당국은 이 의원을 구속 수사하는 동안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실체 규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의 연계성, 내란음모의 구체적 물증 확보 여부가 관건이다.
공안 당국이 밝힌 RO의 실체는 주로 제보자 진술에 의존한다. 공안 당국은 RO를 지하혁명조직으로 규정하고 가입식과 강령이 존재하는 체계적 조직으로 봤지만 구체적인 결성 시기·장소·인원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5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 의원 측 변호인단은 “RO의 결성 경위와 시기 및 조직체계가 명확히 나타나지 않았고, 조직이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을 승계했다거나 이 의원을 총책으로 지목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 측이 “RO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고 국정원이 마음대로 붙인 것”이라며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는 만큼 검찰과 국정원은 RO 조직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지 밝혀야 한다. RO의 단체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이 의원을 내란음모 총책으로 지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RO가 모의한 내란의 명확한 목적이나 구체적 계획과 실행 능력을 밝히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 의원과 RO 조직원들이 지난 5월 12일 비밀회합 이전에도 내란에 대해 상호 협의하거나 지속적으로 계획을 준비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내란음모 혐의 입증은 수월할 수 있다. 국정원은 현재 RO 조직원들이 이 의원의 지시를 받아 실제 내란음모를 준비했다는 증거 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공안 당국은 RO 조직원 컴퓨터에서 사제폭탄 제조 방법 4가지가 담긴 문건도 확보했다.
이 의원과 RO 조직원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았는지도 수사를 통해 입증해야 할 부분이다. 공안 당국은 RO가 북한과 어떤 식으로든 연계돼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봤지만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는 이를 적시하지 않았다. 공안 당국이 지난해 진보당 부정경선과 국고편취사건 수사 당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벌였음에도 지난 3일 다시 이 의원 계좌추적에 나선 건 이 때문이다. 공안 당국은 CN커뮤니케이션 등의 회사 자금이 북한과 연계됐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통상 공안사건 피의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진술을 통한 혐의 입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의원은 민혁당 사건 당시에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번 수사에서도 ‘입’을 통한 증거 확보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공안 당국의 수사는 당분간 지난달 28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분석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RO 조직원들이 개별적으로 만든 비밀 장소 등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도 계속될 전망이다.
진보당 김재연·김미희 의원과 130여명 RO 조직원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된다. 공안 당국은 두 의원이 지난 5월 비밀회합에 참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두 의원의 발언 내용은 확보하지 못했다. 국정원은 제보자 진술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 등을 통해 두 의원의 RO 관련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정원은 6일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와 우위영 전 진보당 대변인, 김홍렬 경기도당 위원장 등에 대한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나머지 조직원들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전웅빈 정현수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