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흥봉 사회복지협의회장 “건강보험 보장성 80% 목표… 향후 10년 복지 내실 다져야”
입력 2013-09-05 19:47 수정 2013-09-05 21:44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차흥봉(71) 회장은 1999년 9월 7일을 역사적인 날로 기억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 공포된 날이다. 그때부터 9월 7일은 ‘사회복지의 날’이 됐다. 올해로 14회째다. 1981년 시작된 전국사회복지대회도 같은 날 열린다. 사회복지의 날을 앞두고 5일 만난 차 회장은 “최저생활을 보장해주는 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은 우리나라가 역사상 처음으로 가난의 굴레로부터 해방을 선언한 날이라는 점에서 뜻깊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기초보장제 시행을 주도했다.
차 회장은 현재 한국의 복지를 “7부 능선에 서서 숨고르기를 하는 단계”로 비유했다. 그는 “1981년 무렵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아동복지법이 만들어지고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까지 생기면서 복지의 기본 제도는 거의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 5대보험이 생겼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자리를 잡았고, 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도 틀을 갖췄다는 뜻이다.
아쉬운 건 내용이라고 했다. 차 회장은 “외형적 틀은 완성됐는데 속이 안 차 있다. 앞으로 10여년이 내실을 다져나가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현재 60% 후반대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80% 안팎으로 끌어올리고,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노인장기요양의 혜택을 받는 대상자를 늘리는 것 등이다. “2025년쯤이면 대략 내용까지 채울 수 있을 겁니다. 그러자면 지금 7부 능선에서 속도와 방향을 잘 조절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복지를 시혜로 생각하는 시선은 여전히 안타깝다. 그는 “정치권에서도 복지를 소비적인 것으로만 본다. 경제성장을 갉아먹는다는 식”이라며 “적당한 속도로만 가면 복지는 경제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걸 이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복지 확대에 비용이 든다는 사실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차 회장은 “정치권에서 표 때문에 머뭇거리는데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사회보험료는 올릴 여력이 충분하다. 세금을 더 걷어 복지를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