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새 중앙은행장 “금융 대개혁”

입력 2013-09-05 18:24

“중앙은행 총재는 대개 높은 인기 속에 취임합니다. 하지만 제가 앞으로 시도할 정책들은 인기가 없을 겁니다. 중앙은행 총재는 유권자의 표나 페이스북 ‘좋아요’를 얻으려고 애쓰는 자리가 아닙니다.”

라구람 라잔(50) 인도 중앙은행 신임 총재는 4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성장률 둔화와 통화가치 약세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인도 경제를 살리겠다며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통화가치와 물가 안정, 금융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정책 방침을 밝힌 그는 실행 과정에서 어떤 비판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라잔 총재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 허가 없이도 국내 지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의무적 국공채 투자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해외시장 진출도 장려키로 했다. 개별 은행에 더 많은 의사결정권을 부여해 은행 간 경쟁을 촉발, 금융시장을 진일보시키겠다는 취지다. 라잔 총재는 그동안 정부의 금융산업 간섭 최소화를 주장해 왔다.

중앙은행의 최대 역할인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통화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을 막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오는 20일 발표키로 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동향을 지켜보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화를 기준으로 인도 루피화의 가치는 5월 이후 20%나 빠지며 인도 경제를 ‘쇼크 상태’에 빠뜨렸다.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에서 같은 물건을 들여오더라도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과 소비자 물가를 모두 끌어올려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8∼9%대를 유지하던 인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2분기 4.4%까지 떨어졌다. 현재 인도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평가받고 있다.

5일 오후 루피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38루피 내린 65.69루피에 거래되는 등 루피화 가치가 라잔 총재의 개혁안에 힘입어 상승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