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1위 탈환, 선수와 동고동락 김기태 리더십 진가… 긍정의 힘
입력 2013-09-05 18:17
‘신바람 야구’가 살아났다. 만년 하위권 LG의 꼬리표 ‘내려갈 팀은 결국 내려간다’(DTD·Down Team is Down)는 신조어는 이제 더 이상 맥을 추지 못하게 됐다. 대신 ‘될 팀은 된다’(DTD)는 표현이 가을 야구계를 지배하고 있다.
LG는 창단 해인 199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래 94년에 다시 챔피언에 올랐다. ‘신바람 야구’라는 조어가 등장하고 LG 팬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고양원더스 감독)이 이끌었던 2002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삼성에 패하면서 LG의 존재는 거품처럼 허물어졌다.
LG는 지난 10년 동안 언더도그(Under dog·약체)였다. LG는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4강에 오르지 못한 팀이다. 백약이 무효였다. 결국 ‘DTD는 과학’이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그러나 올해는 다를 것 같다. LG는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에서 2대 1로 이겨 지난달 20일 이후 15일 만에 다시 1위 자리에 올라섰다. 10년간 가을 잔치를 즐기지 못한 LG가 하나로 똘똘 뭉쳐 올 시즌 가을을 즐겁게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김기태(44) LG 감독의 긍정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타 출신이다. 타격하면 김기태였다. 그런 그가 요미우리와 LG 2군에서의 짧은 지도자 경력을 뒤로하고 지난해 정식 1군 감독이 되자 확 달라졌다. 스타의식을 버리고 철저히 몸을 낮췄다. 성급하지 않고 겸손하다. 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인다.
지난 5월 임찬규가 ‘물벼락 세리머니’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김 감독은 “임찬규는 내 자식, 자식이 잘못하면 부모가 책임진다”고 온몸으로 임찬규를 보호했다. 김 감독은 더그아웃에 있는 감독 전용 의자에 아직 단 한번도 앉아서 경기를 지휘한 적이 없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고생하는데 감독이 의자에 편하게 앉아서 경기를 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 감독은 두 번째로 1위에 등극한 3일 “오늘 기세를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20일, 18년 만에 처음으로 8월에 1위를 차지했을 때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을 아꼈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
김기태 감독이 직접 만든 LG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손가락 세리머니’에는 감독과 선수가 혼연일체가 됐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LG의 10년 묵은 꿈이 바야흐로 가을 문턱을 넘고 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