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지휘 럼즈펠드 “오바마, 가장 유약한 대통령”

입력 2013-09-05 18:23

2003년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이라크 침공을 진두지휘했던 도널드 럼즈펠드(81) 전 국방장관이 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가장 유약한 대통령’ ‘무늬만 최고사령관’이라고 깎아내렸다.

럼즈펠드 전 장관은 이날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기념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내 생애 이렇게 무기력한 대통령은 처음 본다”며 “시리아 문제에 ‘중간’은 없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바꾸든지, 지금 그대로 놔두든지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존 케리 국무장관과의 엇박자 행보를 비판했다. 럼즈펠드 전 장관은 “케리 장관이 지난주 시리아에 대해 강한 대응 의지를 밝히자마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의 제한적인 공격 방침을 천명했다”면서 “대통령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꼬집었다. 강연 내내 조소 어린 말투였다.

폭스뉴스 방송에 출연해선 케리를 치켜세우고 오바마를 깎아내렸다. 그는 “케리 장관은 설득력 있고 단호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를 벌할 만큼 강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리아 공습을 의회가 확신 못하고, 국제사회가 충분히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최고사령관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무늬만 최고사령관 아니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시리아 군사 개입은 의회 승인 요청이 필요 없다”고도 말했다. 럼즈펠드의 독설은 적극적인 케리와 우유부단한 오바마를 대비해 누가 최고사령관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터져나와 더욱 관심을 모았다.

시리아 공습 문제는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도 ‘정치적 시험대’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 전임 외교수장으로서 시리아 공격을 두둔해야 하지만 상원의원 시절 이라크 침공에 찬성표를 던진 이력으로 인해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진 뼈아픈 기억 때문에 쉽게 의견표명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일단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 여부를 의회에 물은 것에 지지한다”고만 밝힌 상태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