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선진·신흥국 동반성장 강조… 각국에 ‘공동체 의식’ 호소

입력 2013-09-06 00:36

박근혜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티노프스키궁에서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했다. 미국과 중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국 정상이 모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제1세션 연설을 통해 박 대통령은 신흥국을 벗어나 선진국 진입 문턱에 들어선 한국의 위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본 총리와는 멀찌감치 떨어진 박 대통령=박 대통령은 회의가 열린 콘스탄티노프스키궁에 의장국인 러시아를 제외한 33개 참가국 정상 가운데 26번째로 입장했다. 세계기구 대표→행정부 수반인 총리→국가정상인 대통령 및 주석 순에 따른 것이다. 다자회의에서 각국 정상에 대한 의전 순서는 해당국의 위상을 나타내는 척도로 여겨진다. 의전 관례상 맨 마지막으로 갈수록 해당국을 우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끝에서 9번째 입장한 박 대통령은 그만큼 크게 배려를 받은 셈이다. 우연이긴 하지만 이 순서는 선진국 집합체인 ‘G8(주요 8개국)’ 국가를 제외하고는 첫 번째로, 대한민국이 사실상 선진국 지위를 받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회의장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옆자리에 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의전서열대로 앉으면서 현실화되지 않았다. 원형테이블에는 의장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가운데 앉고 직전 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멕시코 대통령과 내년 개최국인 호주 외교장관(총리 대신 참석)이 각각 좌우로 앉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리에 앉은 박 대통령에게 다가와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한참동안 환담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반갑게 다시 만났으나, 거의 반대편에 자리 잡은 아베 총리와는 별달리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유창한 영어로 회원국 정상들과 활발하게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시 주석과는 중국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는 불어로 대화를 나누며 외국어 능력을 뽐냈다.

◇정상회의 제1세션 연설=박 대통령은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팽창 정책을 써왔던 선진국들이 최근 출구전략을 가시화하면서 신흥국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선진국·신흥국 간 동반성장을 위한 협조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한민국이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청와대는 G20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역할을 회복하기 위한 당면과제가 무엇인지를 박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했던 G20 정상회의는 각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현재 기능이 많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신흥국은 신흥국대로 자국 경제에만 시선을 집중하면서 세계경제 전체의 조화로운 성장이라는 정상회의의 당초 취지가 크게 후퇴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G20 고유 기능 회복을 주제로 ‘공동체 의식’을 호소한 셈이다.

◇한·이탈리아 양자 정상회담=앞서 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개막 전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창조경제를 중심으로 한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가 내년 밀라노에서 창조경제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라며 “이 포럼에서 한국기업의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가 제공이 되고 양 정부가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