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글 “北, 화학무기 엄청난 양 보유”
입력 2013-09-05 18:04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은 엄청난 양의 화학무기로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2만8000명의 주한미군을 위협하고 있다”며 “지난달 말 브루나이에서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만나 북한의 화학무기가 주는 위협에 대해 장시간 협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올해 초 발간한 2012년 북한의 군사력 증강 보고서에서 “북한은 오랜 기간에 걸친 프로그램으로 신경작용제, 수포작용제, 혈액작용제, 질식작용제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화학무기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다양한 재래식 무기나 대포, 탄도미사일을 활용해 화학무기를 사용할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상당량의 화학무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201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이 비축한 화학무기는 2500∼5000t규모로, 전국에 분산 배치돼 있다.
북한은 1961년 12월 김일성 주석의 ‘화학화 선언’ 이후 독자적인 화학무기 연구·생산시설을 설치했고 1980년대부터 화학무기를 생산했다.
국방부는 또 북한이 화학무기 외에 탄저균·천연두·페스트·야토균 및 출혈열 등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생물무기를 자체적으로 배양·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은 북한의 화학무기 시설이 군사기지 4곳, 생산 및 저장기지 11곳, 연구개발기지 13곳 등 총 28곳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생물무기 시설은 기지 5곳, 생물공학 및 이중용도 기반시설기지 16곳 등 21곳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생화학무기 보유국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생화학무기 개발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말 공개된 유훈 전문에서 김 위원장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생화학무기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충분히 보유하라”고 주문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