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창업교육 문제점… ‘패자 부활제’ 빠져 반쪽 대책
입력 2013-09-05 17:58 수정 2013-09-05 22:18
정부가 마련한 대학생 창업 활성화 방안은 학사제도 유연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휴학기간을 최대 4학기까지 늘리고 일부 교과목의 학점을 창업으로 대체하는 등 학사 행정을 학업과 창업 병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개선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창업을 주저하게 되는 근본 원인에는 접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가장 미흡한 점은 ‘패자부활제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5일 발표된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에서는 전국학생창업네트워크 설문조사를 인용하면서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5월 실시된 설문에서 창업을 주저하는 이유로 “창업은 성공하기 어렵고 실패할 경우 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또한 2013년 전국학생창업네트워크 백서를 인용, “대학생의 92%가 창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큰 무모한 도전”이라고 응답했다고 소개했다.
정부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대책은 내놓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대학 학사제도 변경 등 창업교육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학사제도 외에 실질적인 창업 활성화는 다른 부처 소관이라는 것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재도전(패자부활전) 관련해서는 중기청이 별도의 안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부처 합동 발표 형식으로 ‘5개년 계획’으로 발표됐지만 칸막이 행정은 여전하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조서용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창업 실패자는 그냥 ‘루저(실패자)’일 뿐이지만 옥석을 가려야 한다”면서 “창업에 실패한 사람을 그냥 루저로 볼지 아니면 러너(learner·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은 사람의 의미)로 다시 기회를 줄지 판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청년 취업문제가 심각하다고 해 실패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은 창업으로 내몰면서 일방적으로 실패자로 규정하는 풍토가 문제라는 것이다.
김재형 건국대 벤처창업동아리 KIB 회장은 “무조건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 높은 이윤을 추구하는 만큼 높은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사회적 안전망에 너무 치중하면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개연성이 높으므로 정부는 물론이고 돈을 빌려주는 금융권까지 사람과 사업 아이템을 보는 혜안을 가져 달라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