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된 보행자 전용도로 아슬아슬… 걷기 겁나는 서울
입력 2013-09-06 05:02
서울시가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육교를 없애는 등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서울의 ‘걷기 힘든 환경’은 여전하다. ‘보행자 전용도로’마저 불법 주정차 차량이나 노점상에 점령돼 걷는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에 설치되는 보행자 전용도로는 노란색 선으로만 구분돼 있어 불법인 줄 모르고 차를 세워놓는 경우도 많다.
보행자 전용도로는 보도블록 설치 시 도로가 너무 좁아지거나 주변 건물의 배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곳에 지정된다. 특히 초등학교 주변 등 어린이들이 많이 다녀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지역에 주로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보도블록처럼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장애물이 없어 불법 주정차에 악용되고 있다.
서울 삼성동의 보행자 전용도로는 주민들의 불법 주정차 민원이 끊이지 않는 단골 구역이다. 강남구청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이 지역에서 단속 활동을 벌인다. 구청 관계자는 “보행자 전용도로는 운전자들이 정차된 차량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긴장을 푼 채 운전하는 경우가 있어 (불법 주정차를 하면) 사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보행자 전용도로는 구청별로 경찰의 교통규제심의를 통과하면 설치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03년 처음 보행자 전용도로를 설치했는데 아직도 이 지역에 주차하는 게 불법인 줄 모르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보행자 전용도로에 차를 세워뒀다가 적발된 박모(47)씨는 “불법 주정차 단속 지역인 줄 몰랐다”고 항의했다. 구청 관계자는 “이곳에서만 일주일에 3∼4건 이상 불법 주정차 차량이 단속된다. 보도로 간주되는 걸 몰랐다는 항의전화도 수시로 걸려온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보행자 전용도로를 비롯해 보도 위에 불법으로 주정차한 차량 18만8457대를 적발했다. 올해는 7월까지 13만5911대가 단속됐다. 단속은 관할 구청이나 경찰서에서 한다. 일반 보행자 전용도로의 불법 주정차 범칙금은 4만원, 어린이보호구역 보행자 전용도로는 8만원이다. 강남구청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보행자 전용도로도 보도와 같은 기준으로 단속되는데 이를 모르는 운전자들이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