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구속 수감] 2010년 조직원 제보로 내사 착수… 공안당국, TF 만들어 3년간 추적

입력 2013-09-05 17:45 수정 2013-09-05 22:27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공안 당국의 내사는 2010년 내부 조직원의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국가정보원은 이 의원 구속영장에도 ‘제보에 의해 최초 단서를 포착했다’고 적었다.

이 의원은 ‘민혁당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2003년 8월 이후 줄곧 공안 당국의 ‘요주의’ 인물 리스트에 있었지만 참여정부 시절 남북 간 화해 무드 속에 ‘첩보 및 관심 단계’ 수준에 머물렀다고 한다.

국정원은 제보자로부터 북한 원전 등 지하조직 ‘RO’의 사상학습 자료 등이 저장된 USB 메모리 등을 제출받았다. RO의 강령과 조직원 의무, 가입 절차, 활동 동향 등에 대한 진술도 청취했다.

본격 내사가 시작됐다. 공안 당국은 지난해 2∼11월 국정원·검찰·경찰 등이 참여한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서 감청영장과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RO 핵심 조직원들의 동향을 추적하고, 이메일을 열어봤다. 이 과정에서 RO 조직원 일부가 2011년과 2012년 중국으로 나갔다가 탈북자 루트를 통해 밀입북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상호(구속) 경기진보연대 고문 등이 미국과 중국 내 중간 연락책을 통해 상시적으로 이메일 교신을 했고, 이 내용이 북한 당국자에게까지 넘어간 단서도 나왔다.

이 의원은 국정원 내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공안 당국은 그 전달 RO 조직원들이 경기도 성남에 집결해 이 의원을 진보당 비례대표 선순위로 올려 국회의원으로 만들자고 결의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같은 해 5월의 ‘4·11총선 승리 보고 및 당 사수 결의대회’, 6월 ‘진보당 당직자 선거 출마 결의대회’ 등은 모두 ‘관찰’ 대상이 됐다.

지난 3월 5일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자 RO 측의 움직임도 급박해졌다. 이 의원은 이를 ‘전시상황’으로 인식하고 조직원들에게 ‘미군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 수집’ 등 전쟁 대비 3대 지침을 하달했다고 한다. 주로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를 두고 있던 공안 당국은 이 무렵부터 내란음모 혐의에도 확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RO의 5월 10일 경기도 곤지암 1차 회합, 12일 서울 합정동 2차 회합 때의 녹음 파일을 확보하면서 내란음모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가졌다.

공안 당국은 그 직후 바로 공개수사 전환을 검토했지만 당시 검찰의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수사가 한창인 데다 관련 국정조사까지 이어지면서 수사 돌입 시기를 늦췄다. 그러다가 RO와 북측 간 중간 연락책 역할을 하던 인물이 종적을 감추고, RO 내부 제보자마저 이상 징후를 보이자 지난달 28일 서둘러 관련자 체포와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틀 만에 이 의원의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