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구속 수감] 국정원 직원들이 호송하자 “야, 이 도둑놈들아” 욕설
입력 2013-09-05 17:45 수정 2013-09-05 22:27
내란음모 혐의로 5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오후 8시20분쯤 수원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의원은 수갑을 찬 채 국가정보원 직원 10여명에 이끌려 호송차로 끌려갔다. 그는 긴장한 듯 다소 창백한 표정에 격앙된 목소리로 “야, 이 도둑놈들아”라고 세 차례 욕설을 하고 “국정원은 조작이다”라고 외쳤다. 이 의원은 오전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출석할 때만 해도 어깨를 곧추 펴고 미소를 띤 채 지지자들을 향해 손까지 흔들며 여유를 보였었다.
국정원 직원들은 서로 팔짱 끼고 스크럼을 짠 채 호위를 하며 이 의원을 구겨 넣듯 차에 태웠다. 국정원은 이 의원이 말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잡아끌었고, 이 의원은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기자들과 국정원 직원들이 뒤엉켜 난장판이 됐다. 진보당 당원들도 기자들 틈에 끼어있었다. 김재연·김미희 의원은 미리 현장에 나가 이 의원의 호송을 지켜봤다.
앞서 이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15분쯤 국정원 직원들에 이끌려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섰다. 이 의원이 올라탄 은색 스타렉스 승합차가 수원지방법원으로 향하자 공안 당국은 신호등까지 통제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취재진 수십명이 호송차를 에워싸며 동행했다. 이 의원은 전날 구금 당시 입었던 검은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이 의원은 경찰서 여성 전용 유치장에 혼자 구금돼 자정쯤 잠자리에 들었지만 밤새 뒤척였다고 한다. 오전 6시 아침식사로 황태해장국을 먹었다.
이 의원은 5분 만에 법원에 도착한 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진보당 김선동 의원과 악수하고 진보당 당원, 지지자 70여명에게도 손을 흔들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맞불 시위를 벌였고 여기저기서 욕설도 들렸다.
국정원 직원 5∼6명이 떠밀다시피 이 의원을 청사 안으로 호송했다. 직원들이 이동을 서두르며 팔을 잡아당기자 이 의원은 인상을 쓰고 화를 내며 뿌리쳤다. 호송 과정에서 기자들 일부가 국정원 직원들에게 구타당했다.
경찰은 현장에 9개 중대 경력 900여명을 배치했다. 법원 청사 현관에서 법정까지 이어지는 복도에도 방호원들이 배치됐다. 통진당 당원들은 법원 방호원 측에 “위험인물들을 제대로 마크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방호원들 사이에 “위험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첩보가 접수됐지만 별다른 소요는 없었다.
이 의원은 오전 11시10분까지 40여분간 변호인단과 접견한 뒤 411호 법정에 들어섰다. 변호인단은 전날 심문 시간을 오후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준비된 일정에 따라야 한다”며 거부했다.
심사는 수원지법 오상용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오후 2시까지 2시간 50분가량 진행됐다.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최태원) 소속 검사 3명과 법무법인 정평 심재환 대표변호사, 심 변호사 부인 이정희 통진당 대표 등 변호인 7명이 입회했다.
이 의원은 심사 후 다시 수원남부경찰서로 이송될 때도 지지자들을 향해 “진실은 승리한다. 국정원 조작은 실패한다”고 외치며 당당함을 과시했다. 이 의원 변호인단 중 일부는 신변보호를 요청한 뒤 법원을 빠져나갔다.
전웅빈 기자, 수원=전수민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