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희성] 안녕하세요, 서울 택시

입력 2013-09-05 18:22


스릉스릉. 출발할 때부터 계속 택시 앞쪽에서 들리는 쇳소리가 거슬렸다. 불안한 마음에 고장이 아닌지 물었다. “속도를 좀 올리면 괜찮을 걸요?” 대답을 하는 건지 되묻는 건지, 흘리듯 웅얼대는 택시 기사.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라타니 정말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바퀴가 빠질 듯한 소리가 요란하게 차체를 흔들어대더니 급기야 핸들마저 좌우로 실룩거렸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브레이크 패드나 바퀴 축 등의 이상으로 보인다는 답변들이 나왔다. 사이버 전문가들의 진단을 그대로 전했더니 택시 기사는 교대 전에 동료 기사가 뭘 잘못했다는 둥 회사에서 차체 관리를 허술하게 한다는 둥 불만을 늘어놓았다. 그렇다 해도 그 상태에서 가속페달만 밟아댄 점에 대해서는 추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완벽한 상태에서 운전을 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도로 위의 사정이거늘, 무슨 배짱으로 손님을 태운 거냐는 항의에 그때서야 택시를 몬 지 얼마 안 되었다며 사과 아닌 사과를 한다.

사실 차체가 멀쩡해도 졸음운전에, 목숨을 건 레이싱을 펼치는 택시기사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은 서울시민이 다 아는 비밀. 승객보다 길 모르는 것은 흠도 아니고 심야에 승차거부는 외딴 곳에 사는 승객이 죄인이라 자책할 만큼 당연한 일이다. 또 거스름돈 몇 백원 정도 비는 것은 스스로 칠칠치 못한 탓이라 여기고 넘길 일이다.

그럼에도 택시요금을 또 올린다고 한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오른 연료비와 보험료 인상이 이유라고 한다. 그러나 유가가 떨어졌다고 교통비 내리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얼마 전에 본 기사아저씨가 생각난다. 휴가도 못 가고 날밤 새워가며 일해야 겨우 사납금 채우고 밥값이나 번다고 했다. 개인택시를 목표로 버티기에는 하루하루가 너무 길고 고되다는 아저씨. 법인택시의 경우 기본요금이 오르면 사납금도 같이 오른다고 한다. 결국 좋아지는 것 없이 승객들에게 비싸다고 싫은 소리만 들을 거라고 퀭한 눈을 비비며 한숨을 쉬었다.

3∼4년마다 오른 택시비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택시기사의 살림살이도, 서비스도 나아진 게 없다. 시민의 지갑에서 얼마를 더 내놔야 모두의 입에서 살기 좋아졌다는 말이 나올까. 납득할 수 있는 인상안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올릴 것이라면 가장 힘들게 일하는 법인택시기사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길 바란다. 기사들이 안녕해야 승객들의 하루도 안녕할 수 있다.

김희성(일본어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