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대 중독, 사회문제로 접근해야

입력 2013-09-05 18:20

대한민국이 알코올, 마약, 도박, 인터넷게임 등 이른바 4대 중독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5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4대 중독 가운데 하나 이상에 빠진 국민이 333만여명에 이른다. 4대 중독별 환자는 알코올 218만명, 마약 9만명, 도박 59만명, 인터넷 게임 47만명 등이다. 중독물질(행위) 관련 문제를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할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을 포함할 경우 약 1500만명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유독 중독자가 많은 이유로 용이한 접근성과 취약한 예방 및 치료 시스템을 꼽는다. 몇 발짝만 걸으면 24시간 내내 술을 살 수 있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끼고 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돈 쓸 곳만 생기면 세금을 더 거두기보다 복권을 발행하거나 사행사업을 벌인다.

박근혜정부는 ‘4대 중독 문제의 종합적 대응과 해결’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내걸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중독관리법은 국회에서 관련 공청회 한 번 안 열린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게임업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성장동력인 게임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게임을 4대 중독에서 아예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주류업계와 사행산업계 역시 법 제정에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큰 이익을 내고 있는 이들 업계가 언제까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려는 것인지 안타깝다.

중독자 수가 가장 많은 알코올의 경우 중독자 본인뿐만 아니라 주취 상태에서의 폭력과 범죄로 남들에게도 해악을 끼친다. 2010년 대검찰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살인범의 38.6%가 음주상태였고, 강간·강제추행범죄자의 31.3%도 음주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따라서 주류 판매 및 음주장소와 판매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선진국에서는 공원이나 심지어 야외에서 음주가 금지돼 있는 경우가 많다. 24시간 편의점이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많은 선진국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류 판매시간 제한은 과도한 규제로 보기 어렵다.

4대 중독의 치료 서비스도 매우 부실하다. 도박중독의 경우 2011년 의료기관의 치료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706명에 불과했다. 사행산업이 확대되는 것은 불황이 장기화하고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서민들이 노동만으로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체념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행산업 규모를 적절히 통제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 중독자들은 그들의 생각과 달리 개인의 의지만으로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회적 비용이 109조원에 이른다는 4대 중독은 이제 개인문제보다는 사회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국회는 중독관리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정부는 중독자들을 위한 치료·재활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범정부적 예방정책을 수립·실천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