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고양이 때문에 119 불러대는 사람들
입력 2013-09-05 18:16
비(非)응급 동물구조 출동에 소방행정력이 낭비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긴급한 상황에 처하지 않은 동물 구조를 위해 119구조대가 출동하게 되면 화재진압, 인명구조 등 급박하게 도움을 받아야 할 이들에게 돌아갈 서비스가 줄어들고 사회적 손실이 막대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강기윤(새누리당) 의원이 소방방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1∼7월 동물 구조를 위한 119구조대의 현장출동 건수는 모두 2만6000여건이다. 하루 평균 127차례에 달했다. 2011년 3만3000여건에서 지난해 4만7000여건으로 42% 증가해 소방 인력의 업무를 가중시켰다.
동물도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119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생명이 위협받는 위급한 상황이 아닌 불요불급한 일에 구조대가 동원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출동한 구조대원들의 허탈감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2011년 제정된 법률에 따라 ‘단순 동물 처리·포획·구조’, ‘주민생활 불편 해소를 위한 단순 민원’ 같은 비응급 상황에 대해선 119 출동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지만 전화상으로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문제는 화재진압, 인명구조 같은 본연의 업무에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다. 정작 필요한 곳에서 소방차나 구급차를 이용하지 못하고 엉터리 신고에 소중한 국민의 혈세가 사용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게 된다. 동물 구조 작업에 3명이 투입돼 왕복 30분이 소요된다고 가정할 경우 직접 투입되는 인건비·유류비만 따져도 2만원 정도 된다고 하니 연간 직접 경비만 10억원가량 낭비되는 셈이다.
일선 소방서는 화재진압과 응급환자 구조만으로도 일손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얌체 전화를 거는 것은 공공의 질서를 해치는 행위다. 이를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얌체족에게는 소요비용 등을 부과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 진짜 긴급 신고자를 위해 극히 사소한 일인 경우에는 신고를 자제하는 시민정신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