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장기공연 여는 에피톤프로젝트 “덜덜 떨리지만 관객들 보면 정말 좋아요”
입력 2013-09-05 17:28
인디 뮤지션으로 분류되지만 이 남자의 인기는 ‘주류’ 시장 정상급 가수들 못지않다. 그가 발표하는 노래는 종종 쟁쟁한 가수들 신곡을 제치고 차트 정상에 오른다. 콘서트 역시 매번 매진이다. 프로듀서를 맡아 지난해 11월 내놓은 가수 이승기(26)의 미니음반 ‘숲’은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주인공은 바로 싱어송라이터 차세정(29·사진)의 1인 그룹 에피톤프로젝트다. 2006년 싱글 앨범 ‘1229’로 데뷔해 1집 ‘유실물 보관소’(2010), 2집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2012)를 차례로 히트시키며 그는 자신만의 팬덤을 만들어냈다. ‘인디계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의 팬이라면 학수고대했을 공연이 다음 달 5∼27일 서울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매주 토·일요일 열린다. 에피톤프로젝트가 데뷔 이후 처음 갖는 소극장 장기공연이다. 10월 한 달 동안 매주 주말 열리는 만큼 콘서트 타이틀은 ‘시월의 주말’로 명명됐다.
2일 서울 합정동 소속사(파스텔뮤직) 사무실에서 만난 에피톤프로젝트는 “공연장을 찾는 분들이 ‘참 좋은 여가 생활을 했다’는 느낌을 받는,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장 규모(약 400석)가 작으니 관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관객들이 좋은 공연이나 영화를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을 이번 공연에서 받았으면 좋겠어요.”
콘서트에선 에피톤프로젝트가 이승기 등 동료 가수에게 줬던 곡을 부르는 코너, 자신의 애창곡을 노래하는 코너 등도 계획돼 있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스트링(현악) 비중을 줄이고, 빈 자리를 ‘어쿠스틱 기타+드럼+베이스+첼로+플루트’ 소리로 채울 계획이다.
“저는 원래 스트링을 이용해 (곡 분위기를) 확 밀어붙였다가 빼는, 그런 방식을 좋아했거든요. 하지만 악기 수를 줄이고 소리를 비워나가는 것도 그것만의 ‘맛’이 있더라고요.”
에피톤프로젝트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TV에 거의 출연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그는 2009년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을 때, 너무 긴장해 공연이 끝난 뒤에도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고 한다.
“리허설 무대에만 서도 다리가 덜덜 떨리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과거보단 많이 괜찮아졌어요. 공연을 계속 하며 성격도 조금 밝아진 거 같고요. 이렇게 떨면서도 콘서트를 계속 여는 건 무대에 올랐을 때 보이는 관객들 모습, 그때 느끼는 감정이 정말 좋아서예요.”
공연이 끝나고 11월부터 그는 3집 준비에 본격 착수한다. 이르면 내년 봄 발매될 3집은 밤(夜)에 대한 이야기를 품은 곡들이 실릴 예정이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