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 특집] 부담 덜고 실속 채우고… 한가위 情 나누세요

입력 2013-09-05 17:17


무역업을 하는 김모(44)씨는 명절이 다가오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개인사업을 하다 알게 된 지인은 물론 거래처 등 선물을 보내야 할 곳은 많은데 막상 선물 고르기가 쉽지 않아서다. 김씨는 “금액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싶은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스럽기만 하다”며 “정해진 정답이 없다보니 선물 보내고도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주머니 사정은 빠듯하지만 ‘정성’을 주고받는 추석 명절을 가볍게 넘길 수도 없다. 합리적인 금액, 적당한 내용물의 선물을 고르기가 어렵다.

추석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금액이다. 과하면 받는 쪽에서 부담스러워할 수 있고, 너무 모자라면 정성이 담기지 않았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20∼22일 고객 패널 1078명으로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추석 선물 구입비용은 10만∼2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패널이 267명(2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5만∼10만원 미만이 260명(24.1%)이었다. 최소 5만원부터 최대 20만원까지를 적절한 비용으로 보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장기불황이라는 경제상황이 반영돼 5만원 미만 선물세트를 구입하겠다는 응답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선물 구입비용으로 3만∼5만원 미만을 꼽은 응답자는 9.7%였으나 올해는 12.3%로 증가했다. 1만∼3만원 미만은 9.0%에서 11.6%로 늘었다.

이마트가 선물 예약판매실적은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절약형 구매가 급증하면서 1만원 이하 선물세트 매출이 4배 이상 증가했다. 옥션에서는 9900원에 나온 화장품 선물세트 1만개가 하루 만에 다 팔렸다. 11번가는 전체 추석 선물세트 물량의 40%를 3900원짜리 식용유 세트 등 1만원 이하 가격의 상품으로 채웠다.

또 소비자들은 실속 있는 선물을 준비하려고 한다. 각 업체는 이에 맞춰 가격은 내리고, 내용물이나 품질을 높인 선물세트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근 3년간 명절에 구입한 선물세트의 판매액을 보면 식품이 비식품을 압도하고 있다. 2010년 추석에 29.4%였던 비식품 선물세트 비중은 지난해 추석에는 25.5%로 줄었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식품 선물을 주고받는 흐름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불황 여파로 올 추석에도 줄 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받을 때는 실용적인 선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각 업체들이 부담을 낮춘 실속 선물세트를 중점적으로 강화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