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혜훈 (5) 美 UCLA 유학 중에도 터진 ‘전도폭발’ 힘은?
입력 2013-09-05 16:56
경제학 공부가 힘들어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목표 없이 방황할 때 하나님께서 만나게 해주신 분이 한승수 교수님이셨다. 한 교수님은 우리 반 전체에 여학생이 나 하나뿐인 것을 안쓰럽게 생각하셨다. 어느 날 교수회관에 데리고 가서 점심을 사주시며 대한민국 여성 1호 경제학 박사인 고 김명숙 박사님을 만나게 해주셨다. 시골에서 올라온 내겐 서울생활도 경이로웠는데 김 박사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는 별천지였다. 박사님은 미국 동부의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에서의 유학생활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청와대와 함께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박사님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들은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날 나는 목표를 정했다. ‘김 박사님처럼 미국 유학을 갔다 와서 KDI에 들어가야지’라고 마음에 새겼다.
대학 졸업 후 미국 캘리포니아의 UCLA로 유학을 떠났다. 내 경험으로는 성령의 역사하심이 가장 강력하고 전도의 열매가 가장 풍성하게 맺히는 대상은 부모 형제를 떠나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들이다. 나도 유학시절 영적으로 가장 많이 성장했고 성령 충만했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GSC(Graduate Student for Christ)라는 성경공부 모임을 만나 성경공부와 교제는 물론 집중적인 전도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교재에 나오는 감성적인 접근법들을 다 시도해 보아도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기 힘들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한국 유학생들은 미국 본토 학생들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법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외딴 곳에 혼자 떨어진 외로운 느낌, 한국에서 10년 넘게 영어공부를 했지만 막상 공항에서 쓰는 간단한 영어도 알아듣기 힘들어 낭패스러운 느낌이 드는 그 순간을 터치해야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았다.
학과 사무실에 가서 한국인 신입생 명단을 구해 연락을 취했다. 공항 픽업부터 아파트 구하기, 은행계좌 만들기, 운전면허 취득과 사회보장번호 발급, 각종 가구며 생활용품 구입, 전화, 수도, 가스 신청 등 미국 정착에 필요한 온갖 일처리를 도왔다. 직접 운전을 해서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이런저런 일들을 도우면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교수님 한 분이 호되게 야단을 치셨다. 그는 일주일에 7일을 공부해야 할 박사과정 학생이 일요일은 주일이라 공부 안하고, 토요일은 ‘전도폭발(Explosive Evangelism)’한다고 하루 종일, 수요일은 성경공부한다고 반나절, 금요일은 양육훈련한다고 반나절이니 이런 식이면 졸업 못한다고 몇 번 경고를 줬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학생들까지 끌어들여 공부를 못하게 하니 그냥 둘 수 없다며 나를 접촉금지 대상 즉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고 했다. 이혜훈이 공항에 픽업 나오겠다고 연락하면 거절하라고 한국 신입생들에게 공지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역사하심은 오묘했다. 그 교수님은 방해했지만 그동안 공들인 전력이 소문이 나서 신입생들이 먼저 공항에 나와 달라고 연락해 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복음을 받아들여 신실한 믿음의 형제가 된 후배들을 하나님은 복음을 전한 나보다 더 충성된 일꾼으로 불러 주셨다.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리라 하신 말씀대로 됐다.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카자흐스탄에 선교사로 파송된 오 형제, 믿음의 대학인 한동대학에서 하나님의 사역에 귀하게 쓰임 받고 있는 강 형제 등 많은 후배들이 이 시기에 하나님의 선택을 받았다.
정리=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