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강제 구인] 국정원 직원-진보당원 격렬한 몸싸움 ‘아수라장’

입력 2013-09-04 22:36 수정 2013-09-04 01:53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구인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4일 오후 7시20분쯤 국회 의원회관 520호에 들이닥치자 의원회관 5층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강제구인 소식을 듣고 달려온 진보당 관계자 50여명과 사무실로 진입하려는 국정원 직원 60여명이 격돌했다. 양측은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주먹다짐을 벌였으며, 특히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는 바람에 진보당 김재연 의원과 취재진 일부가 실신하거나 다쳤다. 경찰 100여명이 진입해 몸싸움을 하는 진보당 당직자들을 끌어내기도 했다. 경찰은 구인영장 집행을 위해 6개 중대 500명을 의원회관 주변에 배치했다.

50분간 대치가 이어지던 중 이 의원 변호인단이 사무실에 도착하면서 사태가 진정됐으며, 이후 이 의원이 구인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이 의원은 같은 당 김선동 의원 등과 함께 자진해 사무실에서 나왔다. 상기된 표정의 이 의원은 당직자들과 취재진을 향해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국정원의 공작정치는 실패할 것”이라고 외쳤다. 이 의원은 사무실 밖에 나온 뒤 구인될 때까지 스스로 걸어서 의원회관 밖에 대기해 있던 호송차까지 이동했다. 이후 호송차는 수원지방법원으로 떠났고 당직자들은 차가 국회를 빠져나갈 때까지 격려 구호를 외쳤다. 몇몇 당직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오후 9시22분쯤 구인영장을 발부한 수원지법에 도착했다. 그는 법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에 응하겠다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체포동의안 가결 3시간 만에 제 집무실까지 찾아와 강제구인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물리적 충돌이 생길까봐 강제구인에 응했다. 수사에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판사로부터 본인 확인 작업을 거친 뒤 유치장에 입감됐다. 지난달 28일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시작한 지 7일 만에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앞서 당직자와 당원 300여명은 이 의원이 오후 3시쯤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갈 때에도 열렬하게 응원했다. 이들은 “이석기! 이석기!” “사랑합니다” “힘내십시오” 등을 연호했다.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의원은 연신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여유를 드러냈다. 그는 체포동의안 통과 뒤 국회 내 함바집(공사현장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도 했다.

경찰은 본회의장 점거 등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진보당 지지자들의 국회 출입을 차단하며 철통경비를 섰다. 전날 밤부터 38개 중대 2600여명을 배치하고 살수차까지 동원했다.

김아진 정건희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