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넘는 생화학인명구조차량 효용성 논란

입력 2013-09-04 18:56

소방당국이 특수 재난사고에 대응키 위해 도입한 생화학인명구조차량(사진)에 대한 효용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당 최고 13억원이 넘는 고가 장비지만 실제 출동 건수는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몇 차례 되지 않거나 전무하기 때문이다.

4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생화학 테러와 화학·방사능 사고에 대응키 위해 2003년부터 경기·서울·강원 등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149억3200만원을 들여 생화학인명구조차량 17대를 배치했다. 오는 10월에는 경기본부 특수구조단에 차량 1대(9억4900만원)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이 차량은 오염지역 분석, 외부 공기와 차단된 지휘통제실, 유해물질 제거·분석 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차량 출동 건수는 극히 저조하다. 경남·제주·전북·광주에서는 2010∼2012년 3년 간 현장출동 횟수가 단 1건도 없다. 같은 기간 이들 광역시·도를 제외한 12개 지역 출동횟수는 모두 235건이다.

차량화재 등 일반 화재현장에도 이 차량을 운행한 대전(188건)을 제외하면 출동횟수는 47차례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연평균 1차례씩 출동한 셈이다.

대전 동부소방서 관계자는 “출동 건수는 많지만 본연의 임무에 맞는 현장에 출동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일선 소방공무원들은 특수차량 도입보다는 내구연한이 지난 노후차량을 먼저 교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 소방서에는 펌프차, 물탱크차 등 소방차량 5638대가 배치돼 있으나 이 중 20%인 1100여대가 내구연한 10∼15년을 경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대 경력 10년인 한 소방관은 “생화학, 화학사고 등은 제독 장비와 전문인력을 다수 보유한 군(軍)에서 대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노후차량 교체가 먼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방관은 “화학사고 발생 우려가 적은 곳에 이 특수차량을 배치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지역별로 탄력적인 차량 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생화학 테러, 화학사고 등에 대응하는 특수차량이다 보니 일반차량에 비해 활용빈도가 적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만일의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일선 시·도에 차량을 배치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춘천=글·사진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