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자 양산하는 사회] 중독자 예방·치료 여러 부처 분산… 컨트롤타워가 없다
입력 2013-09-05 04:00
중독 예방·치료 업무는 여러 부처에 분산된 채 컨트롤타워가 없는 게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알코올은 보건복지부가, 마약은 법무부·식품의약품안전처·복지부가, 도박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농림수산식품부·기획재정부가, 인터넷 게임은 문광부·미래창조과학부·교육부·여성부·복지부 등이 함께 관할하고 있다.
중독은 복지부가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담당해야 하는 문제인데도 알코올·마약을 제외하고는 개입 및 협력이 취약한 실정이다. 도박의 경우 아예 복지부의 참여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중독은 관련 산업의 인허가권과 진흥 업무 부처까지 관여하고 있어 정부 내 의견 통일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중독 종류에 따라 관련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예방 관리 및 치료 대책을 수립·시행하고 있으나 중독의 개념과 명칭, 서비스 제공 형태 등이 각기 달라 서비스 공백, 정책 중복, 부적절한 배치, 예산 낭비 등 비효율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남대 윤명숙 교수는 “중독 예방·치료 사업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선 부처별 사업, 정책 간 통합 조정 기능을 할 국가 컨트롤타워 구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게임산업진흥법, 마약관리법 등 현행 법 체계가 ‘중독’ 자체에 대한 구체적 이해 없이 중독 관련 사회문제들을 형사 처벌과 단속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이나 도박의 경우 행위 자체가 형사 처벌 대상인 반면 알코올이나 인터넷은 행위 자체는 널리 허용하되 범죄로 이어질 때만 제재를 한다는 것. 법무법인 LK파트너스 고한경 변호사는 “이는 범죄는 아닐지라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방임으로 볼 수 있다”면서 “중독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범죄화되기 전에 예방적 관점에서 국가가 적극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를 정의하는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국가나 지방정부 차원의 통합적인 중독관리 체계를 운영하는 추세다. 미국 뉴욕주와 일리노이주 등은 ‘알코올 중독 및 약물남용’ 관련 부서를 두고 알코올, 약물(마약 등), 도박 중독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호주는 2011년 연방정부 산하에 ‘주정부 연합 알코올 및 약물 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알코올, 담배, 마약, 의약품 남용 등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캐나다는 2002년부터 중독최고위원회(CECA)를 두고 지역 중독관리센터와 연계·협력하고 있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