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7% ‘4대 중독’… 관리법은 국회서 낮잠

입력 2013-09-05 03:58

대한민국은 중독 사회다. 알코올, 인터넷 게임, 마약, 도박 등 이른바 ‘4대 중독자’가 333만여명에 달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손을 놓고 있다. 중독에 대한 범정부 통합관리 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 ‘중독관리법’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게임업계 반발과 부처 이견 등에 부딪혀 낮잠을 자고 있다. 4대 중독 문제의 종합적 대응과 해결을 현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보건복지부는 부처간 칸막이에 막혀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4대 중독 종합대책 마련(5월), 중독관리법 국회 제출(7월), 범부처 중독대책 논의기구(가칭 4대중독대책위원회) 설치 등을 밝혔다. 4대 중독 및 폐해 관리 업무가 여러 부처에 산재돼 있고, 부처간 협력체계가 미비해 통합적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입법안은 따로 만들지 않았다. 대신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하자 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 법안은 4일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중독관리법은 총리실 산하에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두고 5년마다 중독 예방·치료 기본계획 수립, 중독폐해 실태조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도 문제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과 부처 내 이견으로 정부 내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게임업계는 “신성장동력인 게임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발했고, 이에 편승한 문화체육관광부도 “객관적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게임을 중독 대상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신의진 의원실은 “법 발의 후 입법공청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문체부가 소극적이었던 데다 게임업계의 불참으로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류나 사행산업계도 경제 위축을 이유로 노골적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러다보니 기초연금 도입 등 다른 국정과제들과 달리 4대 중독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게다가 최근 알코올 중독 전문치료기관인 카프 병원이 폐쇄되면서 정부가 중독의 해악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