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사이버 세상은 ‘從北 바다’… 北 노골적 찬양 수두룩
입력 2013-09-05 04:58
‘위대한 원수, 당신의 찬란함은 백두산의 눈을 비추고 대동강의 물을 배육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 사설이나 조선중앙통신 보도 내용이 아니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작성자는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수령 김정은 원수가 만약 올림픽대회에 참석한다면 모든 금메달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속하게 될 것’이라며 ‘김정은 동지 만세’라고 적었다.
4일 유명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나 블로그에서도 이런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네이버 카페에는 지난 6월 ‘김정은 장군님 만세’라는 글이 올라왔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찬양하는 노동신문 기사를 모아놓은 게시물도 쉽게 검색됐다.
민주노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지난달 15일 ‘미국의 핵 패권을 꺾은 북한의 선군정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엔 ‘북한의 강화된 국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갈고 닦아온 선군정치의 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지난 7월에도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을 높이 모시고 천하제일 강국 건설에 모두가 떨쳐나서자’라는 글이 게시됐다.
친북 게시물은 특히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김정은 원수님을 모시고 전승절 경축 모란봉악단 공연’이라는 글을 올린 뒤 유튜브에 올라온 관련 영상을 링크했다. 다른 이용자는 4일 “너와 강정해적들은 ‘위대한 지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라고 외쳐야 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위대한 수령 동무 김정일, 만세’라고 적은 트윗도 게재됐다. SNS는 경찰이 친북 게시물을 발견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차단 요청을 하더라도 제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기림 정치팀장은 “남과 북이 분단된 현실을 고려할 때 체제전복을 도모하는 수준의 글과 영상은 청소년 등 사회 구성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북한을 원색적으로 찬양하는 글이 무방비로 인터넷에 게재되는 건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친북·종북 게시물 1만2921건, 올 1∼5월 5973건을 적발했다. SNS에선 지난해 259건, 올 들어 5월까지 90건이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상에서 지속적으로 북한을 찬양하는 북한 가요나 게시물을 올릴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