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흑인인권단체 대표 사상 첫 만남
입력 2013-09-04 18:29
백인우월주의 비밀결사단체 KKK(쿠 클럭스 클랜)가 대표적 흑인인권단체와 사상 첫 공식 만남을 가졌다. KKK 측이 백인순혈주의를 고수하면서 대화는 거의 평행선만 그었다.
미국클랜연합(UKA) 존 애바 대표는 지난달 31일 오후 와이오밍주 중동부 캐스퍼의 한 호텔에서 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NAACP) 지역대표 4명과 만나 최근 벌어진 흑인 폭행과 KKK 전단 유포 사건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미국 지역매체 스타 트리뷴이 2일 보도했다.
앨라배마주에 본부를 둔 UKA는 2대 KKK 조직 중 하나다. 흑인 인권 신장 요구가 한창이던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가장 폭력적으로 활동한 단체로 평가된다. 반면 1900년대 초 흑인 차별 철폐 운동을 계기로 결성된 NAACP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흑인인권단체다.
앙숙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단체의 만남은 지난 6월 지미 시몬스 NAACP 캐스퍼지부장이 먼저 제안했다. 인근 도시 질레트에서 흑인 남성들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수개월째 끊이지 않던 때였다. 도시 곳곳에선 유색인종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고 KKK 가입을 권유하는 전단이 발견됐다. 당시 KKK를 상대로 집회 개최를 고려하던 시몬스는 대신 대화를 시도하기로 애바 대표에게 편지를 보냈다.
애바 대표의 캐스퍼 방문으로 두 달여 만에 성사된 만남은 삼엄한 경비 속에 이뤄졌다. 좁고 천장이 낮은 회의실 입구에서는 금속탐지기로 몸을 탐색했고 모두 입장한 뒤에는 문을 잠갔다.
애바 대표는 흑인 폭행 같은 범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NAACP 측과 공유했지만 다른 화제에서는 한걸음도 양보하지 않았다. 백인은 백인과, 흑인은 흑인과 살아야 한다는 그는 인종 간 결혼에 반대하며 “우리는 백인 아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AACP에 가입하지 않겠느냐는 시몬스 지부장의 권유는 단칼에 거절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