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美 테니스 속절없는 몰락… 한국도 같은 핑계만 댈 것인가

입력 2013-09-05 03:00

피트 샘프라스가 활약하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미국 남자테니스는 세계를 호령했다. 샘프라스에 앞서 지미 코너스, 존 메켄로, 안드레 아가시로 이어지는 미국 테니스의 계보는 화려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미국 테니스가 이번 US오픈에서 그 초라한 면모를 드러냈다. 미국은 이번 대회 남자단식 16강에 단 한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881년 US오픈이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 남자테니스의 몰락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은 야구 미식축구 농구 골프 등 다른 인기 프로스포츠 때문이라고 핑계를 댄다. 운동 유망주들이 훨씬 인기 많고 상금 많은 이들 종목으로 빠져 나가서 그렇다는 논리다. 하지만 운동 종목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상금이 많은 종목이 테니스라면 이 같은 논리는 설득력을 잃는다. 이번 US오픈 테니스대회에도 무려 3425만2000달러(약 381억원)의 총상금이 걸려있다. US오픈 골프대회가 남녀 합해 총상금이 1125만 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3배의 상금액이다.

한국테니스가 부진한 이유를 대라하면 이 같은 핑계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운동 능력이 뛰어난 유망주들이 돈 많이 벌 수 있는 축구 야구 농구 골프 등으로 먼저 빠져 나간 뒤 남은 선수지망생들이 테니스를 선택한다는 논리다. 전혀 근거없는 말은 아니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테니스의 경우 원래부터 유럽에서 더 인기가 있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이 주도한 테니스계에 최근들어 동유럽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상위권 진입이 더욱 힘들게 됐다는 논리가 일리 있어 보인다. 전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남녀 각각 128명이 출전하는 메이저 대회에 한국은 수년째 단 한명의 본선 진출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니어선수를 키워 조만간 100위권 선수를 배출하고자 하는 한국테니스는 이번대회 주니어부에서 조차 4명 중 3명이 1회전에서 탈락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뉴욕=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