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분양시장, 건설사들 믿을 구석은 ‘착한 가격’
입력 2013-09-04 18:13
가을 분양 성수기를 앞두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아파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는 데다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6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낮은 분양가로 수요자의 구매심리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달 중 분양하는 서울 송파구 위례지구의 ‘위례 아이파크’를 3.3㎡당 1700만원대 분양가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8·28 전·월세 대책 이후 서울에서 처음으로 모델하우스를 여는 위례 아이파크를 전셋값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으로 송파구의 대표적 주거지역인 잠실 아파트 전셋값이 7억원대까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다.
반도건설이 이달 말에 분양하는 ‘동탄2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2.0’도 낮은 분양가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3.3㎡당 분양가가 평균 890만원대로 동탄2신도시 분양가 중 가장 낮다는 게 반도건설의 설명이다. 전용면적 74∼84㎡ 999가구가 모두 2억원대로 가격이 책정됐다. 권홍사 반도건설 사장은 “회사 이익을 줄이더라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한다”며 낮은 분양가를 강조했다.
삼성물산이 이달에 분양하는 ‘래미안 잠원’도 서울 강남이라는 입지를 감안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잠원동 잠원 대림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잠원은 84㎡ 일부 물량을 8억8000만원대에 분양한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인근에 위치한 래미안 퍼스티지의 전셋값이 9억2000만∼9억5000만원에 이르는 것을 부각시켜 전셋값으로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건설사들이 가을 분양철을 앞두고 낮은 분양가를 강조하는 것은 부동산 침체에 따른 가격 조정 성격이 짙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옅어진 상황에서 주변 시세와 비슷한 가격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끼여 있다는 세간의 평가도 낮은 분양가를 강조하는 이유가 된다.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60%에 육박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을 공략해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돌리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9.1%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분양되는 아파트의 경우 양도세 등에서 혜택이 주어지는데 건설사들이 가격 하락을 추가로 강조해 매수 수요를 최대한 끌어오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