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강제 구인] 이석기 신상발언 끝나자… 與 의원 “도망가지 마라”

입력 2013-09-04 18:13 수정 2013-09-04 01:54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4일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그러나 새누리당 민주당 정의당이 찬성 당론을 채택한 것을 감안하면 예상 밖으로 ‘반란표’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결연한 표정으로 무고함을 호소했지만 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현역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1986년 신한민주당 유성환 의원 이후 27년 만이고 내란음모 혐의로는 처음이다.

◇31표 누가 던졌나=표결 결과는 289표 중 찬성 258표, 반대 14표, 기권 11표, 무효 6표였다. 투표에서 개표까지는 31분이 걸렸다. 이 의원은 “오, 많이 나왔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반대·기권·무효를 합쳐 31표가 나온 것에 대한 반응으로 추정된다.

이 의원을 포함한 진보당 소속 의원 6명이 전원 반대표를 행사했기 때문에 무소속 의원 7표를 감안하면 다른 3당에서 18~25표의 이탈표가 나온 셈이다. 안철수 의원 등 일부 무소속 의원은 사전에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서로를 의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에서 반란표가 나왔을 것으로 보는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 일부에서 일부러 반대표 등을 던져 야당을 모함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본회의 직전 “새누리당이 체포동의안 투표에서 일종의 정치적 자작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공안 당국이 체포동의안에 적시한 혐의사실이 부실한 측면이 있고, 국가정보원이 조직보호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터뜨렸다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반란표가 나온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석기 “유신시계로 회귀했다”=이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가톨릭 절두산 성지라고 한 저의 말이 국가정보원 녹취록에서는 결전 성지라고 나왔고, 총을 구하러 다니지 마라는 당부의 말이 총기 지시로 왜곡됐다”며 “단 하나의 증거도 없는 혐의 조작과 여론재판”이라고 주장했다. 신상발언이 끝나자 일부 새누리당 의원은 “도망가지 마라”고 소리쳤다.

앞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했다. 전 원내대표는 찬성당론을 밝히면서도 “왜 국정원 개혁이 논의되는 시점에 이 사건을 발표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 사건은 사건대로, 국정원 개혁은 개혁대로 분명히 구분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피의자 이석기는 대한민국의 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포동의안 가결 뒤 이 의원은 기자들에게 “오늘 한국의 민주주의 시계는 멈췄다. 유신시계로 회귀했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통과 직후 이 의원 자리로 찾아가 악수를 청했다. 그는 “역사의 아픔이다”고 말했고, 이 의원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둘은 1962년생 동갑이다. 윤 수석부대표는 “이념보다는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악수를 건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기영 김동우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