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강제 구인] 혐의입증 열쇠는 제보자… 매수·적법녹취 싸고 공방 예고

입력 2013-09-04 18:11 수정 2013-09-04 22:41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입증 여부는 1차적으로 제보자의 ‘입’에 달려 있다. 이번 사건 자체가 내부조력자의 2010년 3월 제보로부터 시작됐고, 국가정보원이 주장하는 혐의의 근거가 주로 제보자가 넘긴 녹취록과 진술에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이끌었다는 지하혁명조직(RO·Revolutionary Organization) 조직원이었던 제보자는 국정원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기 얼마 전 주변을 정리하고 행방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에서 ‘본 사건은 RO 조직원의 제보에 의해 최초 단서를 포착하게 됐다’며 제보자를 RO의 핵심 구성원이라고 설명했다. RO의 맹목적 북한 추종행태에 실망한 제보자가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는 각오로 국정원에 제보를 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RO의 강령·목표·활동동향 등 조직 전반에 관한 내용들이 제보자의 진술에서 나왔다고 덧붙였다. 내란을 음모했다는 지난 5월 회합의 녹취록도 2010년 최초 제보 이후 제보자가 녹취해온 각종 회합과 개인 간 대화 중 하나다. 결국 이 의원 등이 RO를 결성하고, 내란을 음모했다는 가장 핵심적 증거가 제보자로부터 나온 셈이다.

따라서 향후 수사 및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은 제보자의 진술과 녹취록 등에 대한 신빙성이 법원에 의해 얼마나 받아들여지느냐다. 이 의원 측은 제보자를 국정원에 매수된 ‘프락치’로 몰아가며, 제보자의 진술 등에 대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제보자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본인의 진술 등이 사실임을 증언해야 한다. 제보자는 자신의 동료를 밀고한 데 이어 공개된 재판에서 이를 다시 증언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할 수 있다. 또 제보자의 진술 등이 증거로 채택된 이후에도 압수수색 등을 통해 나온 다른 정황 증거들이 이 진술 등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2011년 ‘왕재산’ 사건의 경우 내부 제보자의 증언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됐지만 추측에 불과한 진술이 많고 다른 증거들이 진술을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났다.

이 의원 측은 제보자가 국정원에 의해 매수됐기 때문에 그의 진술이나 녹취록 등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하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제보자가 국정원의 회유·협박 등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내부고발자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주장이 가능하다. 이 경우 제보자의 ‘자발성’이 쟁점이 된다. 제보 경위가 비자발적이라고 결론난다면 녹취록 등 제보자를 통한 국정원의 정보수집은 불법증거수집에 해당돼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진보당 이정희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회합 동영상 촬영과정에서의 불법성”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정원은 1∼2개월 단위로 감청영장을 받아 합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했고, 제보자도 자발적으로 협조를 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