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추징금 완납… 버티던 전두환측 자진납부 가닥
입력 2013-09-04 18:05
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 2628억9000만원 전액이 국가에 환수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도 미납 추징금 자진납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1997년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16년을 끌어온 전두환·노태우 미납 추징금 환수 작업에 끝이 보이고 있다.
◇추징금 완납한 노 전 대통령=노 전 대통령의 동생 재우씨는 4일 오전 계좌이체로 미납추징금 150억4300만원을 대납했다. 재우씨는 88년 노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비자금으로 세운 냉동창고업체 오로라씨에스(구 미락냉장) 보유 주식과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 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곧바로 추징금을 한국은행 국고 계좌로 보냈다. 지난 2일 사돈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이 80억원을 대납한 데 이어 이틀 만에 재우씨가 나머지 금액을 자진납부하면서 노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 작업은 종료됐다.
앞서 검찰은 2011년까지 노 전 대통령 추징금 2397억여원을 국고에 환수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나머지 230여억원에 대해 “90년 신 전 회장과 재우씨에게 각각 비자금 230억원, 120억원가량을 맡겼다. 이를 되찾아 추징금을 내겠다”며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검에 진정을 제기했다.
검찰 수사가 이뤄지는 동안 노 전 대통령과 재우씨, 신 전 회장은 3자 협의를 통해 “미납 추징금을 신 전 회장과 재우씨가 대납하는 대신 노 전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각종 채권을 포기한다”고 합의했다. 신 전 회장은 애초 80억원을 기부하려 했지만 검찰의 설득으로 추징금을 대납키로 했다. 검찰은 신 전 회장에 대한 진정사건도 혐의 없음 및 기소유예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전 전 대통령 측도 자진 납부 논의=전 전 대통령 측도 최근 수시로 가족회의를 하며 추징금 자진납부를 논의 중이다. 검찰 안팎에선 자진 납부 방식과 친인척 간 대납금액 배분의 문제만 남았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전날 검찰에 소환된 차남 재용씨도 검찰에 “가족들이 추징금 자진 납부를 위해 논의하고 있다”는 의중을 전달했고 한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조만간 가족들의 입장을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 직계 가족 및 최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데다 노 전 대통령까지 추징금을 완납하면서 압박을 느끼는 분위기다.
문제는 금액이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일가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1672억원의 추징금을 완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검찰이 압류한 800억원 상당의 재산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추가로 100억∼200억원가량을 우선 납부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자진 납부 금액이 의미 있는 수준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추징금 자진 납부와는 별개로 수사는 원칙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재용씨에 대한 소환조사 내용을 분석하는 한편 조만간 재국씨도 소환할 방침이다. 다만 검찰이 “수사 목표는 ‘전두환 일가 죽이기’가 아니라 미납 추징금 환수”라고 수차례 밝혀 온 만큼 수사 강도를 조절하며 자진 납부를 유도하는 강온전략을 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