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공포에… ‘내 가족 밥상 지키기’ 비상

입력 2013-09-05 04:59

주부 김모(31)씨는 아기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장을 보기로 했다. 그가 들여다본 것은 슈퍼마켓 진열대의 싱싱한 채소가 아니라 재배한 사람들의 얼굴과 프로필이 담긴 인터넷 화면이었다. 한 달 전만 해도 집 앞 마트에서 장을 보며 평범하게 식탁을 꾸렸지만 일본 방사능 오염수 유출 소식이 들리면서 수입 식재료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산물뿐 아니라 방사능 성분을 쉽게 흡수하는 농산물도 피하라는 인터넷 육아정보카페의 글을 본 뒤로는 더욱 그랬다. 김씨는 ‘언니네 텃밭’이라는 한 텃밭 공동체 홈페이지에서 장을 보기로 했다.

이 공동체는 가입비를 내고 등록하면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다품종 소량 꾸러미 형태로 보내준다. 생산자를 직접 만날 수도 있다. 김씨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유기농 보리쌀의 대가이며 무농약 재배한 밀효소로 산란계에 도전하고 있다’는 소개가 곁들여진 여성 농부 공동체 사진이었다. 김씨는 4일 “아기 이유식이어서 더 신경이 쓰인다”며 “생산자가 얼굴을 내걸고 재배하는 제품이니 안전할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텃밭 공동체 회원은 1600명이 넘는다. 언니네 텃밭 관계자는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회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방사능 괴담까지 더해지며 먹거리 불안이 확산되자 김씨처럼 ‘안전한 장보기’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생산자 인증을 거친 상품을 찾아다니거나, 마을공동체·협동조합에 가입해 재배 과정을 눈으로 확인한 뒤 구입하는 것이다. 먹거리 안전에 대해 교육하는 전문 강사 ‘푸듀케이터(food+educator)’도 인기를 끌고 있다.

생산자의 얼굴을 직접 내건 재료만을 쓴다는 식당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 판교의 한식 레스토랑을 찾은 주부 안모(52)씨는 “인터넷에서 방사능 괴담이라며 나도는 일본산 기형 식재료를 보니 겁부터 났다”며 “요즘 주부들 사이에선 생산자 인증 블로그나 협동조합 정보를 공유하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음식문화 교육단체 ‘푸드 포 체인지’는 바른 먹거리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푸듀케이터 양성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푸듀케이터 1기 34명이 교육을 마쳤고 지난 2일부터 전북 김제시와 함께 2기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푸듀케이터 1기 졸업생 김진아(24·여)씨는 “식품 공부라고 하면 주로 조리법이나 영양학이었는데 요즘은 환경오염이나 방사능 유출과 같은 인공 재해로부터 밥상을 지키는 ‘먹거리 안전’ 교육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음식뿐 아니라 환경·문화까지 공부해야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수강했다”고 말했다. 푸드 포 체인지 관계자는 “방사능 사고 이후 국산 먹거리가 바른 먹거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어떻게 고를 수 있는지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