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Bye 재팬, Buy 코리아”… 한국 금융시장 ‘트리플 강세’
입력 2013-09-04 18:08
글로벌 투자자금이 한국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오면서 주식·채권·원화 가치가 일제히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경제 체력이 다른 아시아 신흥국들보다 강력하고, 일본의 ‘아베노믹스’ 효과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앞에서는 한계가 분명해 트리플 강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차별화된 한국, 일본도 역전하나=4일 하이투자증권이 외환보유고와 경상수지 등 각종 거시 경제지표들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 순위는 주요 11개 이머징 국가들 가운데 태국과 중국에 이은 3위로 나타났다. 최근 아시아 신흥국들에서 외환위기설이 불거지며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유출되고 있지만 유독 한국 시장만큼은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타 이머징 국가에 비해 차별화돼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리밸런싱’ 효과를 얻고 있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반기 들어 일본 아베노믹스 정책효과가 약화되는 점도 이러한 분위기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한국 증시는 지난해부터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주도한 급격한 엔저(低) 여파로 좀체 외국인 자금을 유치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는 이 흐름이 뚜렷하게 역전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강도가 일본에서 주춤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급상승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참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아베노믹스의 추진 동력이 약해졌고, 한국 금융시장이 여러 지표에서 일본을 따라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저는 금융시장의 호황을 만들었지만 급등한 국채금리와 수입물가는 기업 비용의 증가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수출과 산업생산 등 실물지표는 자산가격의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영업이익 호조도 엔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일 뿐, 기업들의 체질까지 개선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소비세율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하반기 이후 성장 기대감도 약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적 관심을 받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이 일본 전력회사들의 주가를 하락시키며 일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도 한국 금융시장에 긍정적이다. 중국 리커창 총리가 주도하는 경제개혁인 ‘리커노믹스’ 때문에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영향으로 정책 강도는 낮아진 상태다. 해소된 성장 둔화 우려는 최근 제조업·서비스업 등 각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상승으로 증명되고 있다.
◇트리플 강세 한계=금융투자업계는 다만 트리플 강세가 언제까지나 계속 유지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우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이 분명해지면 달러화 강세 압력이 생각보다 심화되고, 원화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17∼18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00억∼150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 경우 원화의 약세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국내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긴 하지만 금융시장의 차별화 현상을 지속시킬 정도로 강력하지 않다는 점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한국의 수출액 추이는 박스권 상단을 뚫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쪽 수출 실적은 좋지만 일본과 유럽연합(EU), 중동 등에서는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수출경기까지 회복되려면 결국 선진국과 함께 이머징 국가들도 살아나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사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유달리 뛰어난 것도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타 아시아 증시보다는 싼 값이지만, 수익성(ROE) 지표를 동반해 살펴보면 생각보다 경쟁력이 그리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대만에 비해서는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한국 증시는 비싸지 않지만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