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강제 구인] 이정희 “총기탈취·시설파괴 발언은 농담으로 한 말”
입력 2013-09-04 18:02 수정 2013-09-04 22:19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당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지난 5월 12일 모임과 관련해 “‘총은 부산에 가면 있다’고 발표하면서 총을 만들자고 말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분반토론 때 이 말을 한 사람은 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말했다. 진보당이 시종일관 핵심 내용에 대한 해명은 외면한 채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장고 끝에 나온 해명, ‘농담이었다’=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녹취록의 발언 자체는 부인하지 못했다. 다만 ‘농담’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분반토론에 대해 “몇 개 조에서 ‘그러면 총이라도 구해야 하는 거냐’ 등의 말이 나왔는데, 그때마다 웃음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런 일은 가능하지도 않다는 공통의 인식이 있었기에 웃어버리고 만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두 사람이 총기 탈취나 시설 파괴 등을 말했지만, ‘개별적으로 저장소를 어떻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 ‘통신교란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받아들이거나, ‘구체적이고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대피계획을 세우자는 것이 나머지 대부분 사람들의 태도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5월 10일 모임 때는 열 명 이상이 갓난아이부터 예닐곱 살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고 한다. 5월 12일 모임에는 한 명이 갓난아이를 안고 있었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내란모의를 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기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1980년대 안기부가 독재의 안전을 ‘기획’했다면, 지금은 국가정보원이 ‘국정’을 끌고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칠흑 같은 어둠, 그러나 이 어둠 속에서 새벽이 밝아오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적었다.
◇‘날조’에서 ‘농담’까지=지난달 28일 국정원의 압수수색 이후 진보당 해명은 본질 흐리기, 말 바꾸기로 일관돼 왔다. 압수수색 다음 날인 29일 이 의원은 “저에 대한 혐의 자체가 날조”, “상상 속의 소설”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정부의 체포동의요구서를 통해 자신의 발언이 공개되자 “전체 말의 기조, 그리고 분위기가 중요한데 몇몇 단어를 짜깁기해서 마치 무력투쟁이니 북의 용어가 많은 것처럼 음해하고 조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이 대표는 이틀 뒤 장시간 ‘농담’ 해명 브리핑을 하면서도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물질적 기술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등의 이 의원 강의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김재연 의원도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5월 모임’과 관련해 “물론 간 적이 없다. 그런 모임이 저는 없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임이 없었는데 어떻게 갈 수가 있겠나”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엔 “국정원이 얘기했던 것은 지하조직의 비밀회합 모임이며 제가 참여했던 행사는 정세 강연 자리였다”고 말해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