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10억 달러 발행 추진

입력 2013-09-04 17:53

정부가 4년 만에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나섰다. 북한 리스크 등 대외여건이 안정되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외평채는 투기적 외화자금으로부터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외평기금 재원 마련 차원에서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기획재정부는 외평채 발행개시 발표와 함께 외평채 10년물 발행 절차에 돌입했다고 4일 밝혔다. 발행 예정 규모는 10억 달러이며 최초 제시금리는 미국 국채수익률+135bp(1bp=0.01%)다. 외평채를 사려는 투자자가 늘어날수록 가산금리는 낮아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 시장에서부터 절차를 시작해 투자자 주문을 모집하고 있다”며 “런던과 뉴욕시장에서도 발행절차를 진행해 뉴욕 장이 마감하는 5일 새벽 최종 가산금리가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평채 발행 주관사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도이치증권·골드만삭스·HSBC·산업은행·우리투자증권 등 6개 기관이다.

정부가 외평채를 발행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30억 달러) 이후 4년 5개월만이다. 지난해 무디스·피치·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이후 첫 ‘AA급 외평채’ 발행이다.

이번 외평채 발행으로 공기업이나 은행 등 민간에서도 해외채권 발행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민간에서 해외채권을 발행하려는 수요가 계속 있었지만 대외여건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정부가 외평채를 발행하면 벤치마크 역할을 할 수 있어 민간의 해외채권 가산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좋은 조건에 외평채를 발행하면 민간 기업들도 낮은 금리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동남아시아 일부 신흥국이 위기 조짐을 보이지만 한국은 차별화돼 있다는 자신감도 반영됐다. 오는 17∼18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이달부터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향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점도 고려됐다. 정부는 지난 4월과 6월에도 외평채 발행을 검토했지만 시기를 미뤄야 했다. 핵실험 등 북한 리스크가 최고조에 이른 상황인데다 지난 5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인 탓이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