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쟁력 쇼크] 최하위권 금융·노동·정부 분야, 경쟁력 깎아먹는다
입력 2013-09-04 17:52
4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6단계나 떨어진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노동, 금융, 정부 분야의 경쟁력은 세계 최하위권을 맴돌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는 24위를 차지한 말레이시아와 26위를 차지한 브루나이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일본(9위), 대만(12위)은 물론 카타르(13위), UAE(19위), 사우디아라비아(20위) 등 중동 국가들에게도 추월을 허용했다. 지난해 10계단 차이가 나던 중국(29위)과의 격차도 4계단으로 크게 좁혀졌다.
12개 분야 중 거시경제건전성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지난해보다 순위가 하락해 우리나라가 총체적인 경쟁력 약화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첫 발표에서 이 같은 성적표를 받자 정부는 당황한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취약부문을 보완하겠다면서도 조사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세부 항목별로 봤을 때 100위권 밖에 포진해 세계 최하위 수준인 항목도 상당수 있었다. 노동시장 효율성 부문에서는 노사협력(132위), 해고비용(120위), 고용 및 해고관행(108위) 등 3개 항목이 100위권 밖에 포진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항목은 97위를 기록해 간신히 100위권 안에 진입했다.
금융시장 성숙도 부문에서는 대출의 용이성(118위), 벤처자본의 이용가능성(115위), 은행건전성(113위) 등에서 100위권 밖의 낮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독과점의 정도(118위), 조세의 범위와 효율성(104위) 항목 등도 100위권 밖으로 밀렸다.
참담한 결과를 받아든 정부는 이날 오전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를 발족시켰다. 기존 국가경쟁력분석협의회를 확대 개편해 국가경쟁력을 점검하고 제도개선과제를 발굴·논의하는 협의체로 활용하겠다는 의도이다. 정부는 앞으로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를 분기별로 개최해 노동·금융 등 7대 중점관리분야를 순차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재부는 이번 국가경쟁력 하락이 설문조사가 많은 WEF 조사의 특성 탓이라며 면피성 반응을 보였다. 기재부는 “전체 114개 항목의 3분의 2가 넘는 설문조사 항목에서 낮은 점수가 나와 전체 순위가 지난해에 비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설문조사 기간인 4월초∼ 5월 중순을 전후로 북한 3차 핵실험, 개성공단 북한근로자 철수 등 북한리스크가 있었다는 점도 점수가 낮아진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WEF 순위가 24위에서 19위로 올랐을 때 기재부는 “WEF 회장이 순위 상승을 축하한다는 서한을 보내왔다”며 자화자찬에 급급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