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협력사와 풍성한 한가위를” 상생 팔걷은 기업들
입력 2013-09-04 17:57 수정 2013-09-04 23:08
4일 오전 9시10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 딜라이트 광장에 삼성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16명이 등장했다. 사장단회의를 막 마치고 나온 이들은 양복 재킷을 벗고 삼성 로고가 박힌 파란색 조끼를 입었다. 16명의 CEO는 이날 각 회사마다 자매결연을 맺은 농촌마을 점포에서 1시간 가량 ‘1일 점장’을 맡았다. 서툴지만 진심어린 표정으로 호객행위에 나섰다. CEO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삼성전자, 삼성카드 등 22개 계열사와 167개 자매결연마을이 참가한 ‘추석맞이 착한 직거래 장터’는 ‘1일 점장’들로 왁자지껄했다. 이번 직거래 장터는 오는 17일까지 서울 서초·태평로 사옥 등 전국 35개 사업장에서 열린다. 2011년부터 시작한 직거래 장터는 ‘도농 상생’의 대표 모델이다. 농산물 판매로 자매마을은 소득을 올리고, 임직원과 지역 주민은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서초 사옥에서는 3∼4일 23개 자매마을이 참여해 쌀, 참기름, 멸치, 고춧가루, 한우 등 30여종의 지역특산품을 팔았다. 첫날에 최지성 부회장이 다녀갔고, 둘째날에는 사장단이 1일 점장 역할을 하면서 추석 선물을 샀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테크윈의 자매마을인 전남 구례 산동면 점포에서 산수유 제품을 100만원어치 구입했다. 경기 화성 송산면 점포에선 5㎏짜리(4만원) 포도 200박스를 통 크게 주문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화성 사업장 인근의 불우이웃에게 나눠 주겠다”고 말했다.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과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조수인 삼성전자 사장의 호객행위에 이끌려 강원 횡성 한우를 각각 270만원, 130만원어치 샀다.
전남 함평 상곡마을에서 온 11대 종부 유효희(66)씨는 고춧가루를 내놓으면서 “직접 기른 고추를 수확해 햇볕에 말리고 동네 어르신들이 하나하나 꼭지를 따 정성스럽게 빻아 만들었다. 시중보다 20∼30% 저렴하기 때문에 믿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은 산수유 진액 10개를 구입하면서 “지난해 오셨던 분이 올해도 또 오셔서 참 친근하고 정겹다”며 “직거래 장터가 명절맞이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연중 내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삼성은 전국적으로 650개 농어촌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직거래 장터, 일손 돕기, 온라인 판로 지원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재계는 추석을 앞두고 협력업체 지원, 전통시장 활성화 등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는 중소 협력업체 1600여곳에 물품·용역 대금 등 모두 2420억원을 앞당겨 지급할 방침이다. 신세계도 이마트와 백화점의 협력업체 4390여곳에 줄 납품대금 1600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조기 지원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추석을 맞아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 100억원을 구입해 협력업체와 불우이웃에게 전달한다. 한화L&C는 130여곳 협력사에 구매대금 250억원을 조기 지급키로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