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작업… 때론 내가 몬스터인가 싶어”… 애니메이션 ‘몬스터 대학교’ 스캔론 감독
입력 2013-09-04 17:40 수정 2013-09-04 23:22
“어릴 적엔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줄 알았다. 엄마가 늘 내 그림을 칭찬해줬기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나보다 훨씬 더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도전한다고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꿈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대학 때 알았다. 그때 느낀 열등감이 나를 지금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만든 것 같다.”
4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난 할리우드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몬스터 대학교’의 댄 스캔론(37)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영화 속 주인공 마이크가 대학에서 자신이 누구인가를 찾고, 꿈을 향해 노력하는 과정이 자신과 닮았다는 것. ‘픽사맨’이 되기를 꿈꾸며 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그는 2001년 픽사 스튜디오에 들어와 ‘카’ ‘토이스토리 2’ 등의 스토리보드 작가로 일했다. 실사영화 ‘트레이시’의 각본을 거쳐 이번에 ‘몬스터 대학교’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성공한 작품의 속편을, 그것도 프리퀄(이전 이야기)로 만드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관객이 이미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캔론 감독은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다. 새로운 드라마를 이끌어내기는 힘들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며 “캐릭터의 디테일을 최대한 살리고 유쾌하고 감동적인 과정을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또 “미국의 대학교를 배경으로 했지만 미국 대학문화를 몰라도 상관없다.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모든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을 위해 여러 대학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대학 건물과 학생들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했다. 그리고 건물의 창문이나 문에 송곳니나 뿔을 달아 몬스터 세상에 어울리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함께 내한한 코리 라이(50) 프로듀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몬스터를 디자인해 300여개의 몬스터를 만들었다. 영화 장면을 그린 스토리보드는 대략 22만7000개인데 픽사 역사상 가장 많은 것”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인이 열광한 창의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라이 프로듀서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협업을 한다. 한 명이 아이디어를 내면 수십, 수백 명이 의견을 내고, 디자인을 만들어 어떻게든 살려보려 한다”고 전했다. 그는 “픽사 애니메이션은 전 연령을 타깃으로 한다. 일단 우리 직원들이 좋아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인지 본다. 결국 살아남고 인정받는 길은 탄탄한 스토리뿐”이라고 강조했다.
“4∼5년 정도 이 작품에 빠져 있다보니 가끔은 ‘내가 몬스터인가?’하는 착각도 한다”는 스캔론 감독은 “나도 손이 여러 개인 몬스터라서 일을 빨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며 웃었다. ‘몬스터 대학교’는 2001년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3억6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흥행작 ‘몬스터 주식회사’의 이전 이야기. 12일 3D로 국내 개봉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