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경쟁력 추락원인은 불투명성과 노사관계
입력 2013-09-04 17:38
‘아시아의 용’으로 비상했던 한국호의 추락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148개국 중 25위로 지난해보다 6단계나 추락했다. 9년 만의 최악의 성적표다. 외환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말레이시아에도 한 단계 뒤처졌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와 함께 아시아의 4대 용으로 불렸던 싱가포르는 2위, 홍콩은 7위, 대만은 12위를 기록했다. 이들 나라가 선진국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우리나라는 흑백논리에 갇혀 싸움만 하면서 혁신이나 제도 개선을 소홀히 한 결과다. 국가경쟁력 평가를 보면 어느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해답이 나온다. 114개 평가항목 중 정책결정 투명성이 137위, 노사협력 132위, 이사회 유효성 130위, 소수주주 보호가 124위 등 바닥권에 머물렀다.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는 공직사회, 낙후된 금융시장, 과도한 재벌집중, 경직된 노사관계가 우리나라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국세청 간부들의 뇌물수수 관행이나 원전비리 사건, 4대강 뇌물수수 사건 등은 공직사회에 검은돈이 흘러들어감으로써 정책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청렴하고 투명한 풍토를 조성하는 게 급선무다. 기업하기 좋은 유연한 노동 환경을 만들고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도록 재벌 집중을 견제하는 것도 중단해선 안 된다. 금융 시스템 혁신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국가경쟁력 순위가 추락한 데 대해 북한 리스크와 8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하던 지난 4∼5월에 설문조사가 이뤄진 점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군색한 변명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갑자기 튀어나온 위협 요인이 아니다. 그보다는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기도 전에 허약해진 경제 체질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세계 189개국 중 57위에서 117위로 추락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내 순위도 최상위권에서 중위권으로 내려앉은 것은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징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