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주차의 진화… 이젠 ‘T자’도 알아서 하네

입력 2013-09-04 17:22 수정 2013-09-04 23:10


최근 이른바 ‘자동주차’ 기능이 장착된 차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주차기술’은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는 분야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자동차 스스로 주차하는 무인주차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다만 실제 사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13일 출시한 더 뉴 아반떼에 국내 최초로 직각(T자) 주차가 가능한 어드밴스드 주차조향 보조 시스템이 장착됐다고 4일 밝혔다.

자동차가 초음파 센서를 이용해 주차가 가능한 공간을 탐색한 뒤 자동으로 운전대를 돌려 주차를 도와주는 기능이다. 운전자는 기어 조작과 속도 조절만 하면 된다.

새 기능이 의미 있는 이유는 그동안 주차 보조 시스템은 평행주차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평행주차는 차들이 일렬로 길게 정차해 있는 골목길 등에서만 유용하다. 아파트 거주가 많은 국내 환경에서는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 신형 아반떼에 평행주차를 돕는 시스템을 처음 장착한 뒤 그랜저, 스포티지R, 쏘렌토R, 카렌스, K7, K5, i40, i30, 투싼 등에 적용했지만 이용자는 많지 않았다.

기술적으로도 직각주차가 평행주차보다 더 까다롭다. 현대차 관계자는 “직각주차 보조 시스템은 초음파 센서가 더 많이 필요하고 원리도 복잡하다”면서 “첨단 기술력으로 고객 편의를 향상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주차 기술은 전 세계 자동차 업체가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볼보는 지난 6월 운전자 없이도 차량이 스스로 빈 자리를 찾아 주차하는 무인 자동주차 기술을 선보였다. 운전자가 주차장 입구에서 내려 휴대전화로 주차를 지시하면 차가 스스로 주차한다.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가 감지되면 스스로 멈추고 위험 요소가 사라져야 움직인다. 출발할 때도 운전자가 휴대전화로 호출하면 하차했던 장소로 차가 스스로 이동한다. 아우디도 비슷한 자동주차 기술을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시연했다.

그러나 수입차 업체들은 주차보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국내에 도입하지 않고 있다. BMW는 액티브하이브리드5 한 기종에만 평행주차를 돕는 기능을 탑재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 6월 출시한 더 뉴 E클래스와 지난달 말 출시한 더 뉴 A200 CDI 최상위 모델 등 일부 기종에만 주차보조 시스템이 있다. 도요타는 관련 기술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기능을 빼고 판매한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주차보조 기능이 들어가면 차 가격이 비싸지는 데다 고객들도 크게 선호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자동주차 기술이 아직은 사람만 못하다는 것도 소비자의 전폭적 선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주차보조 기술을 이용해본 사람들은 비교적 넉넉한 주차 공간이 있어야 하고, 시간도 사람에 비해 오래 걸린다고 말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