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유면] 구제역 안심하기엔 이르다
입력 2013-09-04 17:43
3조원이 넘는 엄청난 국가예산을 들여 약 350만 마리의 가축을 구제역 방역이라는 명분으로 땅에 묻어야 했던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지 벌써 2년이 훌쩍 지났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철야작업까지 불사하며 가축을 매몰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마을과 도로에서 불철주야 방역에 매달리고, 명절에 고향을 찾지 말도록 했던 아픈 기억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우리 축산농가는 아직도 사료값 인상, 산지가격 하락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구제역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지정한 가축전염병 가운데 가장 위험하다. 한번 발생하면 피해가 심각해 동물이나 축산물 국제교역 시 최대의 규제대상이다.
발생국에서는 소 돼지 등 가축은 물론 가축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여행객 감소, 국가 이미지 저하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피해를 입게 된다.
2010년 이전까지 구제역 청정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중국 등 발생국가의 축산물 수입을 금지하곤 했다. 그런데 기어코 우리나라에도 구제역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이 땅에서 또다시 구제역이 발생한다면 우리나라의 축산 보호장벽은 일거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OIE가 요구하는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인증’ 주요 요건은 7가지 정도이다. 2년간 구제역 비발생, 정기적인 백신접종, 구제역 백신의 적합성, 1년간 바이러스 부재 증명, 정기적이고 신속한 질병 보고 체계, 조기검출·예방·통제 이행, 과학적인 구제역 예찰실적 등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이미 모든 것이 충족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한돈협회가 강원대 박선일 교수에게 의뢰한 ‘2012년도 전국 양돈장 질병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돼지의 구제역 백신 항체 양성률이 6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역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률에 대해 일부 양돈 농가에서 불만과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백신 제품에 대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육돼지를 제외한 어미돼지에서 백신 항체가 80% 이상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이후 구제역 발생은 멈췄고, 정부는 내년에 OIE로부터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 획득을 추진 중에 있어 위험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영국 및 유럽연합 국제표준연구소가 주관한 구제역 정밀진단능력 평가에 참여해 최고의 진단능력을 갖춘 기관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 국가들이 대부분 발생 상재국이기 때문에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구제역은 우리나라 축산업을 위해 반드시 청정화를 추진해야 하는 질병이다. 그리고 구제역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는 백신 접종 이외의 다른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방역은 전쟁과도 같다. 구제역이 이기면 발생하는 것이고, 가축이 이기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손자병법에서도 백승(百勝)보다 불태(不殆)를 더 강조했다. 국방을 튼튼히 하듯 백신을 통해 가축의 면역력을 높여 주는 것이 ‘설마 발생하겠어?’ ‘나 하나쯤이야’ ‘귀찮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접종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오랜 기간 청정국가였던 대만이 일부 농가의 안일한 태도 때문에 이제는 구제역 상재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 경우를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지혜로 삼아야 할 시기다.
송유면 경기도 축산산림국장